증권
ING생명 인수, 자금조달 플랜이 최대변수
입력 2018-06-21 17:36  | 수정 2018-06-21 23:35
◆ 레이더M ◆
ING생명이 신한금융과 매각협상이 무산된 뒤 다시금 인수·합병(M&A) 시장에 되돌아왔다. 때마침 금융권은 채용비리 수사라는 불확실성을 털어내며 매각협상이 급물살을 탈 기세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비금융 강화 마지막 고리인 생명보험업 역량 강화를 위한 호기를 맞이했다.
2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ING생명 KB생명, 하나생명, 총자산은 각각 31조4554억원, 9조1257억원, 4조35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업계 5위와 17위, 21위에 해당한다. KB 혹은 하나생명이 ING생명과 합쳐지면 총자산이 40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생보사로 도약하며 삼성 한화 교보 NH농협에 이은 5위 생보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국내 금융사들이 ING생명 매각을 노리는 이유다.
주목되는 플레이어는 KB금융이다. KB금융은 2012년에도 ING생명 인수를 노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KB금융 이사회에서 ING생명 인수 안건이 부결되며 무산됐다. 이후 ING생명은 MBK파트너스 품에 안겼다. 6년이라는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KB금융에 기회가 온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을 둘러싼 회계 이슈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ING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 건전성과 현금 흐름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생보사 중 가장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비은행 부문에서 유일한 약점으로 지목된 생명보험업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경쟁사인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에서 멀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사 간 격차를 벌릴 수 있는 호기를 마련했다. 하나금융 역시 기회는 마찬가지다. 생보업계에서 하나금융은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마무리가 반갑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3조원이 넘는 대형 보험사 매물을 받아줄 곳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인수 후보군이 넓어지는 것은 매각에 유리한 청신호"라고 설명했다.
다만 KB금융 관계자는 "ING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 매물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인수 대상과 인수 방식 등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역시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 있는 후보들과 협상 가능한 단계"라면서도 "아직까지 확정되거나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ING생명 M&A를 둘러싸고 신중한 까닭은 ING생명이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이미 ING생명은 유력 인수 후보였던 신한금융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주가 급락이란 아픔을 겪었다. 주가에 따라 M&A 성패가 좌우되는 상장사의 숙명이다.
아울러 '이중 레버리지'로 일컫는 규제 장벽을 넘을 묘책도 고민해야 한다. 이중 레버리지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30%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하는 금융당국 규제다. 이 때문에 옛 현대증권을 인수한 KB금융과 옛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고질적인 M&A 실탄 부족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추가 자회사 출자 여력이 각각 8024억원과 7039억원에 그친다.
최근 보험사 매물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지만 금융지주사가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 인수를 위해서는 조단위 재원이 필요한 반면 금융지주의 출자 여력은 제한돼 있는 상황"이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금융지주 유상증자나 은행 등 자회사 배당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A 여력을 늘리기 위한 대안 중 은행 등 자회사 배당 확대는 자회사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유사시 자회사 자본확충을 책임져야 하는 금융지주사로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카드다.
결국 M&A 확대를 위해 유상증자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통한 증자,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한 조달 등이 대안인 모습이다.
이 같은 M&A 장벽을 뚫었다 하더라도 남은 과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IB업계 관계자는 "모든 금융사 M&A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벽'을 염두에 두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금융당국 스탠스가 ING생명 매각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이뤄진 금융사 M&A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주요 이슈로 불거졌다. 이 때문에 SK증권 매각은 인수자가 중도 교체된 바 있으며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성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람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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