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통신사 전 경영진, 직원 연쇄자살사태로 기소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의 전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전직 간부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진 직원들의 연쇄 자살사태와 관련해 첫 사건 발생 9년 만에 형사재판에 회부됐습니다.

16일(현지시간) 르피가로 등 프랑스언론에 따르면 디디에 롬바르 전 프랑스텔레콤(현 오랑주) CEO 등 이 회사의 7명의 전 임원과 간부급 직원들에 대해 예심재판부가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최근 파리 형사법원에 배당됐습니다.

프랑스텔레콤의 최고 경영진은 민영화 이후 대규모 기업개편 과정에서 해고 대상 직원들의 직무를 수시로 바꾸거나 모욕감을 주고 따돌림을 조장하는 등 근로자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일부러 불안감을 조장하는 근무환경을 만들어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의 안정감을 박탈하기 위한 장치들을 조직적으로 만들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건 기록에 등장한 피해자는 프랑스 텔레콤의 전 설치기사 등 직원 39명입니다.

이 중 19명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2009년부터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2명은 자살 기도를 했습니다. 8명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직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2008∼2009년 사이 프랑스 텔레콤의 직원 총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04년 민영화된 프랑스 텔레콤은 국영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전환된 후 기술발전과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진통으로 수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쳤습니다.

이 회사는 2004년까지 국영 통신회사로 평생 고용이 보장됐으나 이후 민영화를 계기로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근무 강도도 매우 강해졌습니다.

직원이 10만 명 이상이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2만2천 명을 해고하고, 1만여 명을 기존에 해오던 일과 전혀 다른 업무로 전직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해고 대상 직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2013년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롬바르 CEO는 2006년 프랑스 텔레콤의 한 간부 모임에서 "내년에는 좀 더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창밖으로 내던지던지 문으로 내보내든지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직원들을 더 많이) 해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소된 이들은 해고 인원의 할당목표 같은 것은 없었으며 단순한 직원평가만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 경영진과 간부들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최장 2년의 징역형과 최대 3만 유로(3천800만원 상당)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