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평해튼 증권거래소 꿈 아니다…北에 자본시스템 이식을"
입력 2018-06-14 17:43  | 수정 2018-06-14 19:45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8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 유관기관 대표와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40여 명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정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재철 코스닥협회 회장, 길재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 [김재훈 기자
◆ 자본시장 대토론회 ◆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북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 기회를 맞게 됐다. 북한의 경제 발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북한 내 자본시장 구축은 북한 경제 번영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대토론회 1부 '한국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방안'에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자본시장 형성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조 부소장은 "금융 수단을 통해 북한의 시장화를 촉진하고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면 북한이 국제 경제로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신경제 구상 추진 및 경제 통일에 대비해 북한에 자본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은행 및 자본 거래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어 자본시장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분위기가 확산되면 짧은 시간에 자본시장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조 부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스터디를 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시장경제를 배우고 있다"며 "이미 북한에서도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한 데다 무역, 장사를 통해 돈을 많이 버는 자본가 계층, 일명 '돈주'도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계열사 24개를 거느린 조선부강그룹이란 대기업이 탄생했고, 평양 주변에 기술산업단지도 착공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과 전자결제카드도 만들어졌다. 조 부소장은 "창업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하면서 평양에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창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며 "사적자본 토대가 되는 장마당이 많게는 800개까지, 휴대전화는 460만대까지 보급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변화들은 자본시장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 자본을 유치해 합작 기업을 설립하고 있지만 주식회사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지분에 따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수준이다. 이에 북한 지역 자본시장 형성이 향후 북한 경제 번영을 위한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 조 부소장의 시각이다. 조 부소장은 "국제사회가 나서서 북한 자본시장 도입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금융 인프라스트럭처 개선, 기업경영 자율성 보장뿐만 아니라 사적재산 소유도 인정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인 추진 방향으로는 남북금융협력사무소를 설치해 동구권과 베트남, 저개발국 자본시장 형성 사례를 연구한 뒤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채권시장 형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북한에 투자한 외국인 합작 기업의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점차 북한 기업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채권시장 시장경제 시스템을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개성공단 현지 기업의 상장 추진을 통해 국제화, 시장화를 촉진한 후 북한 내 합작 기업의 국외거래소 상장으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소장은 "성공모델은 북한이 합작 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본시장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북한 기업의 국외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면서 자본시장 형성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거래소가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한국형 증권시장을 개설한 사례를 적극 활용해 평양에 증권거래소를 개설하고, 100개 기업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면 북한 금융 및 시장경제화를 활성화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북한의 자본시장 형성 과정에서 국가주도형 개발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을) 과거 산업은행이 주도했던 것처럼 금융산업 발전 과정을 보면 국가주도형 개발은행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우선 국채로 자금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발달해야 하고, 이는 발행시장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외환시장 구축이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남북 경제교류가 시작되면 가장 중요한 이슈는 환율"이라며 "리스크를 한국은행이 어떻게 판단하고 컨센서스를 이뤄나갈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부소장은 "북한은 현재 미화 1달러에 110원가량으로 환율을 추진하고 있지만 암시장에선 1달러에 8000원이고 이는 북한에서 두 달치 월급"이라며 "외환시장 역시 심도 있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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