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박정수의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 이야기
입력 2018-06-14 11:28 
박정수 연세대 생명시스템 대학 겸임교수, 대보정보통신(NVIDIA VAD) AI 신사업TFT 장, ICT 융합 네트워크(사) 부회장

4차 산업혁명과 미래성장동력 : 기업의 플랫폼 구조 확보와 활용은 4차산업혁명의 생존 전략
그동안 기업의 가치 창출은 파이프라인(Pipeline)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파이프라인이란 기업이라는 공급자가 고객이라는 수요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가치가 어떻게 창출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우선순위에 입각해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즉, 제품과 서비스 제공의 계획부터 생산, 유통, 고객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가치 흐름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5G 네트워크를 바라보고 있는 인터넷 환경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IMCBA (IoT, Mobile, Cloud, Big Data, A.I.)의 발전으로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이 가능해지면서 산업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구조는 플랫폼(Platform)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 등의 다양한 영역의 그룹이 참여하고 각 그룹 및 개개인이 서로의 가치를 공정하게 거래하고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며, 플랫폼 참여자들은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Eco-system)을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시스템이다.


위 그림은 파이프라인(Pipeline)이 기업에 소속돼 있는 직원과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 중심의 선형적인 방식, 즉 일방향적으로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플랫폼(Platform)은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생산자와 소비자 등의 상호작용으로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장소 및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품과 서비스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과 달리 수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플랫폼이라는 공간에서 공유하고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기업 애플(Apple), 에어비엔비(Airbnb),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등은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생적으로 가치와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플(Apple)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휴대폰의 기능뿐만 아니라 iOS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앱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즉,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 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앱이 제공하는 가치를 소비하기 위해 아이폰이라는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창출되는 이익의 80%는 애플의 아이폰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에어비엔비는 호텔방 하나 없이 세계 119개 국가의 숙소를 50만 개 이상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돼 세계 굴지의 호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숙박업체로 거듭났다. 이 밖에 구글은 Open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기반으로 기업 외부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자료를 찾을 때 구글링(Googling) 한다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또한, 아마존은 오프라인 샵(Offline Shop)이 한 군데도 없이 전 세계 물류시장과 유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들은 아마존의 영향으로 그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업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SNS(Social Network Service)인 페이스북은 직접 만든 창작물이 없이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는 등 다양한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페이스북과 페이스북의 이용자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위 그림은 플랫폼 모델이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함께 창출해 나가는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 그 자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플랫폼을 활용해서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한 고민과 연구 및 이에 맞는 전략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결단력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1859년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종의 기원"이 불변의 진리가 존재한다는 '철학의 정수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냈듯이 파이프라인의 관리 형태는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유용한 관리 기술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관리 모형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량이 핵심 역량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비단 기업뿐 아니라 공공에서의 스마트 시티 구축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공공의 모든 서비스를 구축하고 활용할 때 기술 고도화와 시민 참여율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경제성장과 삶의 질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갱신될 것이다. 왜냐하면, 플랫폼은 "종의 기원"처럼 사고의 틀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