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요새 같은 여름 날씨에는 햇볕 방지 크림을 반드시 써야해"
B : "맞아. 그나저나 너 삐야는 어떻게 지우나?
A : "삐야나 분크림 바르고 나서는 세척크림 꼭 사용해야해"
북한 평양에 거주하는 20대 여성들의 대화를 재구성해봤다. 요즘 인기 화장품 좀 쓴다는 여성들의 대화 속에는 우리가 알 듯 모를 듯 낯선 용어가 등장한다.
북한의 순우리말 사용 정책으로 화장품의 제조사와 제품명은 모두 외래어가 아닌 순우리말로 순화돼야 한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사용되는 화장품 종류는 대략 80가지인데 대부분 남한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다르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 내 2대 화장품 공장이라고 알려진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은하수', 봄향기 합작회사에서 생산하는 '봄향기'·'금강산', 묘향천호합작회사에서 생산하는 '미래' 등 브랜드명부터 순우리말 표기로 이뤄진다.
제품명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위 대화에선 나온 '삐야'의 경우 국내 비비크림을 의미한다. 기미, 잡티 등을 가리기 위해 덧바르는 크림이다.
이 삐야를 지우기 위해 이용하는 '세척크림'은 클렌징 폼의 다른 말이다. '햇볕 방지 크림'은 '선크림'을 뜻한다.
기초 화장을 주로 하는 북한에서 꼭 알아야하는 말로는 '살결물'과 '물크림'이 있는데 이는 각각 스킨과 로션을 의미한다.
이 밖에 ▲분크림(파운데이션) ▲입술연지(립스틱) ▲구찌베지(립글로스) ▲눈썹 연필(아이라이너) ▲볼분(볼터치) ▲어릿기름(헤어오일) ▲마스크팩(미안막)등의 북한식 화장품 표기가 있다.
북한의 봄향기합작회사의 대표 제품인 개성고려인삼라인은 미백영양물, 물크림, 밤크림 등 총 7종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 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고 알려진 봄향기의 대표 제품 '개성고려인삼' 라인은 총 7가지 품목으로 미백영양물·물크림·크림·밤크림·분크림·햇볕 방지 크림 등으로 구성돼 있다.남북한 경제 개방이 현실화 될 경우 해외 브랜드는 물론 국내 화장품 업체와 제품명 또한 우리말 표기로 바꿔 유통·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직접 유통되는 경로는 없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의 경우 북한의 고위층 부녀자들 사이에서도 '아랫동네 살결물'이라고 불리며 결혼 예물품으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