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명희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이민사무소 출석
입력 2018-06-11 15:34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출입국당국에 소환됐다.
법무부 산하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11일 오전 이 전 이사장을 출입국법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입국시킨 뒤 평창동 자택에서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오전 9시 57분께 이 전 이사장은 검은색 정장차림에 안경을 끼고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사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섰다. 조사차 건물 내로 들어갈 때까지 시종일관 시선을 내리깔고 기자들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비서실에 직접 지시했냐"는 질문에는 "안했습니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들에게 출국을 지시하거나 입막음을 시도한 적 있냐"는 질문에도 작은 목소리를 "없다"고 대답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때는 재외동포이거나 결혼이민자 자격이 있어야 한다. 출입국당국은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모집해 연수생으로 입국시키는 데 대한항공 마닐라지점과 인사전략실 등 한진그룹이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이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관여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소환 조사 과정에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이들을 입국시키는데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까지 조사결과를 토대로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이 누구 지시로 이뤄졌는지 확인한 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4일에도 운전기사 폭언·폭행 등 혐의에 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차 서울 중앙지법 포토라인에 선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이 기습적으로 등장해 이 전 이사장을 규탄했다. 이 회원은 '집구석이 왜 그모양?' 등이 적힌 소형 현수막을 들고 규탄하며 "갑질도 대물림하냐" 등을 외치다가 퇴장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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