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저술가는 엄청난 부(富)를 거둬들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표적이다. 2017년 한국에서 펴낸 '기사단장 죽이기'는 선인세만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무라카미는 창작에만 전념하고 그의 작품 저작권 관리와 대외 활동 등은 일본 사카이 에이전시에게 맡긴다. 책을 냈다 하면 수백억원 수입은 기본이니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때문이다.
한국 출판시장도 작가 매니지먼트 비즈니스를 활성화해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8 책의해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와 책의해 조직위원회가 '저자의 탄생'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다. 이 행사는 지난달 31일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주(JU)에서 열렸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이날 '출판 선진국의 저자 매니지먼트 비즈니스'를 발표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10월 소설가 김영하가 연예기획사와 크리에이터(creator)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유명 작가와 연예기획사 사이의 메니지먼트 계약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면서도 "출판 선진국의 경우 지극히 일반적이다"고 밝혔다. '활자의 시대'에는 작가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고 책으로 대중들과 만났다. 하지만 '이미지와 동영상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작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적 자산과 창의적 활동이 책이 아닌 다른 미디어로도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영미권의 경우 유명 작가들 대부분은 소속 매니지먼트 업체 혹은 에이전시에서 통합적으로 저작권을 관리한다"면서 "대형 출판 그룹들은 자체적으로 저작권 관리 부서를 두고 작가의 2차적 저작권을 개발하거나 경력을 매니지먼트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출판시장이 영세하기 때문에 저작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천홍 아단문고 학예연구실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저자가 된다는 것은 별종의 인간에게만 열려 있는 특권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면서 "우리는 만인이 미디어가 된 시대, 만인이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 만큼 저자들이 출판 경쟁에 노출되는 만큼 저작 환경 개선에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출판사 어크로스의 김형보 대표는 "가능성 있는 저자를 발견하고 발굴하는 영웅적 모험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출판사 운영을 위한 계획의 과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유출판사(조성웅 대표 발표)와 민음출판그룹 인문교양 임프린트 반비(김희진 편집장)에서는 단행본 저자 발굴·관리 경험을 공유한다. 이번 행사는 책 생태계 전반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의 3번째 자리다. 12월까지 북 큐레이션, 읽기의 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포럼이 이어진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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