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재호의 MLB돋보기] "대단하죠, 하지만..." 추신수가 보는 오타니
입력 2018-06-05 06:00 
오타니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다른 선수들은 몰라서 못하는 걸까요?"
지난 3월, 스프링캠프 기간 만난 텍사스 레인저스의 외야수 겸 지명타자 추신수는 그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인물,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생각을 이 한 문장으로 드러냈다. 그는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에서처럼 투수와 타자로 모두 완벽히 성공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는 그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의 소속팀 LA에인절스를 제외한 모든 구단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오타니가 시범경기 마운드 위에서 난타를 허용하고, 타석에서 땅볼을 때리기 바쁠 때 모두가 자신들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즌 개막 후 3분의 1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오타니는 지금 기대 이상으로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100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과 예리한 스플리터를 앞세워 8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3.18(45 1/3이닝 16자책)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다른 일본 투수들이 그랬듯, 오타니는 낯설음을 무기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건 그렇다고 치자, 타석은 어떤가? 32경기 125타석에 들어서 타율 0.282 출루율 0.368 장타율 0.536 6홈런 20타점을 기록중이다. 캠프 막판 레그킥에서 토탭으로 타격 자세를 바꾼 이후 빠른 속도로 빅리그 투수들에 적응했다. 6개 홈런 중 3개가 가운데 담장으로 넘어갔다. 파워는 진짜다.
지금까지 매디슨 범가너, 잭 그레인키 등 투수치고 타격을 잘하는 투수들은 제법 있었지만, 이렇게 투수와 타격을 둘 다 잘하는 선수는 없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두고 베이브 루스의 환생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 6월 2일(한국시간)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에인절스타디움을 찾은 추신수에게 다시 오타니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가장 먼저 "대단하다"라는 말로 신인 선수를 칭찬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정신적으로 쉬는 날이 없지 않은가. 선발 투수들은 던지고 나서 쉬는 4일동안 정신도 쉬어주고 해야하는데 그게 안 될 것이다. 계속해서 분석도 해야하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단하다. 체력 부담이 있을 것인데 어리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둘 중 하나만 한다면 지금보다 더 잘할 것"이라며 투타를 겸하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더 대단한 거 같다"며 다시 한 번 이 흔치 않은 투타 겸업 선수에 대해 말했다.
메이저리그 베테랑 추신수는 오타니가 둘 중 하나만 택하면 더 좋은 활약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러나 평가는 보류했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 메이저리그에서 14년간 1380경기를 뛰었던 그는 "1~2년 잘하고도 사라진 선수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이곳은 오기도 힘들지만, 머무는 것은 더 힘들다. 이제 첫 해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 내용으로 평가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조금 그렇다"며 평가를 보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타니는 그동안 줄곧 일요일에 등판을 해왔다. 4일 텍사스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 등판이 기대됐지만 지난주 등판일정을 미루면서 텍사스와 맞대결이 무산됐다. 텍사스는 지금까지 에인절스와 두 차례 시리즈를 가졌는데 모두 오타니가 나오지 않았다.
추신수도 아직 타석에서 오타니의 공을 볼 기회가 없었다. "한 번은 붙어보고 싶다"며 오타니와 대결을 원한 그는 "같은 지구니까 언젠가는 붙을 것"이라며 그와 대결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greatm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