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로또청약` 대란…청약사이트 다운되고 은행엔 1시간 대기줄
입력 2018-05-31 17:47  | 수정 2018-06-01 08:16
미사강변도시 내 마지막 민간분양 아파트인 `미사역 파라곤` 견본주택이 예비 청약자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차 있다. [사진 제공 = 동양건설산업]
로또를 넘어 '울트라 로또'로 불렸던 하남시 '미사역 파라곤' 청약이 수도권 역대 3위 아파트 청약자 수 기록을 세우며 저렴한 분양가 파워를 입증했다.
5월 3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총 809가구를 모집한 미사역 파라곤 청약에 8만4875건이 접수돼 평균 104.9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6년 성남시 분당구 봇들마을1단지풍성신미주(17만 4818명), 2003년 도곡주공1단지 재건축 '도곡렉슬'(9만 7279명)에 이은 수도권 역대 3위 1순위 청약 기록인 셈이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102㎡에서 나왔다. 403가구 모집에 5만3276명이 접수해 132.2대1의 경쟁률이 나왔다. 같은 날 청약을 받은 '평촌 어바인퍼스트'도 5만8690명의 1순위 청약통장을 끌어모아 평균 49.2대1의 경쟁률 기록을 쓰며 선방했다.
'로또 청약 대란' 조짐은 이날 오전부터 감지됐다. 이날 오전 9시 아파트 청약 접수 플랫폼인 '아파트투유' 접속이 마비된 것. 청약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미사역 파라곤과 평촌 어바인퍼스트 등 7개 단지가 이날 동시에 청약을 받으면서다. 이날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아파트투유' '아파트투유 장애'가 하루 종일 오르내렸다. 접속 장애는 오전 중 일부 해소됐지만, 몇몇 은행 청약통장 보유자들은 직접 은행 창구를 방문해 청약 접수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점심시간 각 은행 점포들은 청약 업무를 하려는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0대 직장인 A씨는 "점심을 굶으면서까지 청약 접수를 위해 은행에 왔는데 1시간은 족히 기다린 것 같다"면서 "회사에서도 오전 내내 30·40대 대리·과장급들은 청약 얘기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아파트투유를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은 "오늘(31일) 아파트투유 시스템 오류로 약 2시간 동안 모바일과 인터넷 청약이 불가해 오늘에 한해 청약 접수 마감 시간을 오후 5시 30분에서 7시 30분으로 2시간 연장한다"고 발표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아파트투유를 통해 인터넷 청약 접수를 한 이래 청약 접수 마감 시간을 연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에 소위 '핫'한 단지 청약이 여러 개 몰리는 것은 특이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청약 광풍 상황에선 다르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무주택자에게 청약은 사실상 내 집 마련의 최후 보루가 된 지 오래다.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신규 분양단지 가격을 최대한 낮춘다는 원칙하에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청약은 당첨만 되면 '로또'와 같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이날 청약을 받은 '미사역 파라곤'은 미사강변도시 내 마지막 민간 분양 아파트이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라 3.3㎡당 분양가가 1430만원에 불과했다. 전용면적 102㎡ 가격이 5억1000만~5억6000만원대, 전용 107㎡가 5억2000만~5억8000만원대, 전용 117㎡가 5억8000만~6억4000만원대에 책정됐다. 중대형만 있는 주상복합이라는 게 약점이었지만 가격 메리트가 이를 압도한 것이다. 작년 입주한 '미사강변센트럴자이'의 전용 96㎡ 시세는 9억~10억원대이고, 실거래가도 지난 3월 9억원을 찍었다. 내년 개통될 예정인 5호선 미사역과 바로 붙어 있어 위치상으로도 매력적이고 가구 수가 총 925가구로 대단지 아파트인 '미사역 파라곤'이 작년 입주한 아파트에 비해 보수적으로 잡아도 4억원, 최고 5억원까지 저렴한 것이다. 3년만 기다리면 3억~5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평촌 어바인퍼스트' 역시 미사역 파라곤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시세 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새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평촌에 포스코·SK·대우·현대건설 등 1군 건설사가 모여 미니 신도시급인 3850가구 규모 아파트를 조성한 것 자체가 뉴스였다. 분양가도 매력적이다. 3.3㎡당 평균 1720만원이다.
이들 지역이 더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는 1순위 청약에서 해당 지역뿐 아니라 서울·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에게도 지원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하남시 공공택지지구 청약조정대상지역에 속한 미사역 파라곤은 하남시 1년 이상 거주자(30%), 경기도 6개월 이상 거주자(20%), 서울·인천 거주자 및 경기도 6개월 미만 거주자(50%)로 분류해 순차적으로 당첨자를 선발한다.
하남시 거주자 중에 당첨자 30%를 먼저 뽑고, 당첨되지 못한 하남시민은 경기도민과 함께 경쟁해 20% 물량을 나눠 가진다. 여기서도 탈락한 하남시민, 경기도민은 후순위인 서울·인천 등 수도권 거주민과 나머지 50% 분양 물량을 놓고 경쟁한다. 이 단지는 100% 중대형으로만 구성됐기 때문에 가점제로 50%를 선발한 뒤 나머지 50%를 추첨으로 뽑는다.
청약 열기가 과열되다 보니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6월 4일부터 미사역 파라곤과 지난달 분양한 '하남포웰시티' 등 현장에 투입해 불법·편법 청약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전매로 적발되면 주택공급계약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전매자와 알선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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