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포영화 세트장인 줄"…푸른조명 설치에 주민 불안감만 고조
입력 2018-05-31 17:14 
일본 도쿄 아다치구에 설치된 푸른 조명. 이 지역의 조명은 모두 푸른 가로등으로 교체됐다. [사진 = EBS `상황 심리 프로젝트-인간의 두 얼굴` 캡쳐]

경기도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청색등이 주민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인근 동네에 설치된 푸른 조명 때문에 길거리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는 누리꾼의 의견이 큰 관심을 모았다.
누리꾼들은 "공포영화 세트장인 줄 알았다", "범죄자가 무서워서 안 오게 만드는 건가", "원래보다 더 무서워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확인 결과 사진에 찍힌 장소는 시흥시 월곶동으로 일반 길거리에 사용되는 황색등인 나트륨등이나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백색 LED등 보다 더 어두웠다.

글쓴이는 "동네가 어둡다고 해서 설치한 조명시공 같은데 너무 무섭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흥시는 지난해 경기도 내 흉악범죄가 2번째로 많아 범죄예방 환경디자인(CPTED) 정책을 통해 골목길 조명을 확충하는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이에 대해 월곶동 주민센터의 관계자는 "해당 조명은 CPTED와 상관없이 야간 경관 사업의 일환으로 초저녁 시간에 운용되는 것이고 푸른 조명 이외에도 다른 조명이 있다"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있다면 다양한 조명을 설치해 운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른 조명으로의 교체가 이뤄진 곳은 월곶동 만이 아니다.
경관사업 이외에도 푸른 조명이 범죄율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일부 지자체가 어두운 골목길에 푸른 조명을 설치한 것이다. 파란 조명이 주는 색상이 흥분지수를 떨어트려 우발범죄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연구의 골자다.
일본 나라현에서는 지난 2002년 붉은 색의 기존 가로등을 푸른 계열로 바꾼 뒤 범죄율이 40%이상 줄었고, 영국 스코틀랜드도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연구결과로 푸른색 가로등의 범죄 예방 효과를 단정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범죄예방디자인 연구정보센터에 따르면 평소 익숙하지 않은 푸른 가로등으로의 교체는 사람의 사물인식 능력을 떨어뜨리고 범죄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야간 불안감 해소'라는 조명의 본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에도 서울 강남구 일부 아파트 단지가 가로등을 푸른색 조명으로 교체하자 주민들이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관련 지자체에 민원을 넣는 등 항의한 사건도 있었다.
연구센터는 조명은 가로수 등 주변시설과의 적절한 간격을 두고 설치한다는 기본 원칙에 입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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