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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현장]"염세주의 끝"…보편적 `사랑`과 `행복` 찾아나선 혁오
입력 2018-05-31 16:50 
밴드 혁오.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염세주의적인 음악으로 따뜻한 위로를 선사해 온 밴드 혁오가 1년 만에 선택한 키워드는 무려 '사랑'과 '행복'이었다.
혁오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새 앨범 ‘24: 하우 투 파인트 트루 러브 앤 해피니스(24: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발매 기념 음감회를 개최했다.
전작 '23'에 비해 한층 밝아진 음악 분위기에 대해 오혁은 "'23' 앨범을 정규로 발매할 때 고민했던 부분이, 기존 가지고 있던 부분에 마침표를 찍는 앨범을 할 지 새로운 앨범을 낼 지였다"면서 "정규 앨범인 만큼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것을 제시하자는 생각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23' 앨범을 마지막으로 염세적인 것은 접어두고 새로운 앨범에서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기존 혁오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쉽게 연상되지 않는 사랑, 행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혁은 "이번 앨범은 어떻게 하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키워드식으로 이뤄진 앨범을 만들게 됐다. 앨범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가면 진정한 사랑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가 아니라, 우리도 잘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했을 때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 분명 있는 것 같아서, 그 조건을 나열해보고 그걸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각 곡이 담고 있는 키워드에 대해서도 담백하게 언급했다. 1번 트랙 '그레듀에이션'에 대해 오혁은 "첫 곡은 끝맺음에 대한 곡이다. 순간순간의 생각들이 결국은 모든 것의 끝맺음이 있겠다 싶었다. 그런 끝맺음이 결국 살아가는 환경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밴드 혁오 리더 오혁. 사진|유용석 기자
2번 트랙 '하늘나라'에 대해서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착하게 살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말이 있지 않나. 천국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같이 나오는 게 지옥인데, 대부분 착하게 살든 나쁘게 살든 죽어야 천국에 갈 수 있으니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지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3번 트랙 '러브 야'에 대해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곡에 담은 적은 있는데, 사랑 노래라고 이야기할만한 곡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 '러브 야'라는 곡이 처음으로 내놓는 연인들간의 사랑 노래다. 이 세상의 모든 연인을 응원한다는 취지로 이 곡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오혁은 "너무나 많은 뮤지션들이 사랑에 대한 작업을 하셨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우리 역시 사랑의 감정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했다"면서 "우리 모두의 사랑은 개인에게 소중한 건데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다 비슷비슷해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보편적이고 주변에 있는 거지만 진짜 사랑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동성간의 사랑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나오는 것은, 우리들은 다양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21일 선공개된 4번 트랙 '시티즌 케인'에 대해서는 "여유에 대해 생각하고 쓴 곡이다"라고 말했으며 5번 트랙 '강강술래'에 대해서는 "친구에 대한 주제로 쓴 곡이다. 오래 된 친구와 감정이 깊어졌을 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쓴 곡"이라며 "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곡이 나와서 가사에도 그런 걸 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통일이라는 주제도 친구라는 키워드와 함께 엮여 쓸 수 있겠다 싶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
오혁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데모 작업을 할 때 통일에 대한 얘기 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다. 사실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해도 될까? 싶었는데, 우연히 베를린에 있을 때 모든 것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뉴스가 나오는 것을 봤다. 정세가 좋다는 판단에 내도 되겠다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밴드 혁오. 사진|유용석 기자
6번 트랙 '굿바이 서울'에 대해서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을 담은 곡이다. 여기서 서울이 지칭하는 것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내가 속해있고 내 고향이기도 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벗어나고도 싶은 두 가지 마음을 담아 봤다"고 설명했다.
'하늘나라'를 제외하고 전 곡 영어 가사로 앨범을 구성한 데 대해 오혁은 "특정 언어로 써야겠다고 정해놓고 가사를 쓰진 않는다. 하다 보면 딕션에 어울리는 언어가 있는데 이번 앨범의 경우 자연스럽게 그렇게 (영어가 어울리게) 됐다"면서 "다양한 언어로 작업하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딕션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에게는 다른 것보다 그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영어 가사를 비롯, 이국적인 뮤직비디오 등이 세계 음악 시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는 "물론 (월드 차트까지) 가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생각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 작업은 엔지니어와의 인연 등으로 인해 모두 베를린에서 진행됐다. 베를린에서의 음악 작업에 대해 임현제는 "개인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고, 음악뿐 아니라 여유 등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이인우 역시 "베를린에서 새로운 것도 많이 배우고, 아는 것에 대해서는 더 깊이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녹음을 했다"며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혁오는 리더 오혁(보컬/기타)을 중심으로 이인우(드럼), 임현제(기타), 임동건(베이스)의 93년생 동갑내기로 구성된 밴드다. 청춘의 자유분방함이나 공허함을 음악은 물론 이미지, 영상, 퍼포먼스, 패션 등 특유의 스타일리시함으로 일관성 있게 표현하며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첫 정규 앨범 '23'으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은 혁오는 이후 아시아 전역을 거쳐 북미와 유럽까지 총 25여개 도시에서 진행된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다시 한 번 각 국 50여개 주요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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