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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창동 감독 "`버닝` 마블 영화에 처절하게 깨져…운명이라면 운명"
입력 2018-05-31 07:01 
이창동 감독이 `버닝`의 메타포에 대해 언급했다. 제공|CGV아트하우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안에는 다양한 메타포가 나타난다. 해석도 다양하다. 무엇을 어떻게 봤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된다.
칸 영화제에 다녀온 뒤 만난 이창동 감독은 영화 자체의 구조가 갖고 있는 해석의 가능성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그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며 이 영화의 미스터리 특징이고, 성격이다. 영화에 어떤 겹들이 있는가. 영화 매체 특성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해지느냐가 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목표다. 그런 해석의 다양함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떤 해석이 옳고 그르다기 보다는 각자가 자기 나름의 해석으로 자기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서 영화를 본다. 그 점은 당연하다. 영화 구조 자체가 그렇다”면서 자기만의 서사가 옳은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서사도 귀 기울이고 이야기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많은 힌트들이 등장한다. 해미의 집에서 보이는 남산타워의 반사된 빛부터 영화 구조의 수수께끼는 시작된다. 결국 그 다양한 코드와 힌트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라는 것.

영화로 질문을 던진 이창동 감독도 삶의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해답을 갖고 있으면 이런 질문을 안 한다”고 말한 그는 이 영화를 만들고 대중에게 공개하고 영화제도 가고 이런 과정에서 미스터리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옛날에는 세상이 뭔가 잘못됐는데 그 이유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계급의 문제든 정치적인 문제든 사회 모순을 쉽게 이야기했다. 그게 해결책이라고 믿지 않아도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싸워도 소용이 없을 것 같고 뭐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게 요즘 세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젊은 세대에겐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고,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고, 힘을 합쳐도 될 것 같지 않은 세상이 있다. 이창동 감독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분노하라고 하지만 분노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여전히 분노를 품고 있지만 분노의 뿌리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미스터리라는 것.
이창동 감독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서사가 무엇인지 고민된다고 했다. 제공|CGV아트하우스

이 감독은 사람들이 어떤 서사를 원하는지도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는 이 영화 자체가 되게 운명적이다. 제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라면서도 아이러니한 걸 느낀다. 말하자면 종수와 해미 같은 그런 처지에 놓인 청년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공개되는 자리는 칸의 붉은 카펫이다. 되게 미스 매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화를 찍고 칸에 갈 때마다 그러한 아이러니를 느낀다며 이 영화가 공개되고 극장에서는 서사로 이야기 하자면 마블 영화와 싸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데드풀2는 슈퍼 히어로다. 세상을 슈퍼히어로가 구원해준다는 이야기다. 슈퍼히어로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하필 이런 영화와 세상의 미스터리에 어떤 분노를 가지는지 이야기하는 ‘버닝이 맞부딪쳐서 처절하게 깨진다. 그게 운명이라면 운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우리 같은 서사는 대중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할 수 있는데 환영 받는 서사는 뭔지,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건지 그런 생각도 든다”며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런 생각도 든다”고 고백했다.
과거 청년들의 분노와 지금 청년들의 분노가 다르다고 했다. 과거엔 분노하지만 희망”이 있었다. 정치적인 자유와 민주주의, 혹은 물질적으로 열심히 하면 미래가 좋아질 거라는 것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그러다 지금의 청년들은 분노해도 분노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다. 세상이 더 잘될 거라는 믿음도 없다.
이 감독은 우리가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그런 걸 이루었다는 생각은 있다. 어느 정도 해소는 시켜줬다. 저도 충분히 그런 걸 느꼈다”면서도 삶의 근본이랄까 구조가 바뀌는 건 훨씬 오래 걸리고 훨씬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게 너무 멀어 보인다”고 밝혔다.
사랑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종수가 해미를 사랑하게 되는 것에 대해 사랑이란 낭만적이고 대단하지 않아도 아주 작은 계기로 누군가의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마지막 신에 대해서는 어떤 상징이나 관념보다는 관객에게 느낌으로 전달되기 바란다”며 벌거벗은 이미지 자체다. 감정도 두려움인지 통쾌함인지 모르는 원초적인 막 태어난 생명체 같은 그것 자체가 아닐까 싶다. 무슨 의미인지 어떤 느낌인지 각자가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 집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생각은 있다”면서도 능력이 안 된다. 시간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8년 만에 돌아온 그는 그동안 놀면서 8년을 보낸 건 아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준비도 하다가 결국 보류한 것도 있다”고 했다. 이어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많이 있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다시 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더 있어 봐야겠다 싶다. 영화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인터뷰③에서 계속)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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