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원룸에 1톤 쓰레기만 가득"…월세도 안내고 튄 세입자
입력 2018-05-30 16:33 
지난 27일 SNS상에 올라온 경북 구미시 송정동의 한 원룸 사진. 일명 `쓰레기집`으로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세입자가) 월세 600만원을 안 내고 도망갔어요. (집이) 1톤 쓰레기 창고에요."
지난 27일 SNS에 올라온 '쓰레기집' 사건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 원룸은 경북 구미시 송정동의 한 원룸으로 혼자 사는 세입자가 집을 쓰레기 창고로 사용하다시피 해 내부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방과 싱크대에는 거실 모두 먹고 버린 라면 용기와 음료 투성이였고 벽은 곰팡이가 심하게 슬어 있는 상태였다. 화장실 역시 검은 때로 얼룩져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쓰레기 대부분이 일회용품이었지만 총 무게만 1톤이 넘었다.
쓰레기집 문제는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쓰러기 더미가 무너져 주민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장소.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집 마당에 쌓아 놓은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서는 지난해 5월 집안에 채워둔 쓰레기 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119가 출동했지만 가득 찬 쓰레기가 대문을 막아버린 상태였다.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집'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건 나홀로 가구가 늘어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쓰레기집에서 구출되는 이들은 대부분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끊긴 채 살아가는 1인가구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쓰레기집에서 살았다고 털어놓은 대학생 A씨는 "자취 만 1~2년차까지는 집에 오는 사람도 많고 괜찮았다"며 "(혼자가 되니) 사람이 점점 우울해지고 집밖 나가는게 점점 힘들어지더니 자해와 자살기도 때문에 정신병원까지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래를 미루다 보니 점점 집이 더러워지기 시작했고 이런 상태가 고착화되니 (집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밝혔다.

A씨는 쓰레기로 인한 악취로 민원이 들어올까 봐 겁이 나 한 여름에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놓은 채 버텼다.
해당 글의 댓글에는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누리꾼들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혼자 있으면 무기력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면서 "기숙사 살 때는 멀쩡했는데 독립한 이후엔 집이 쓰레기장이 됐다"고 얘기했다.
쓰레기집을 전문적으로 청소하는 특수청소 업체 하드웍스. [사진 = 하드웍스 홈페이지 캡처]
이렇다 보니 일반청소 예약은 받지 않고 특수청소만 담당하는 전문 청소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과거 특수청소란 용어는 사람이 사망한 이후 사건 현장을 치우는 말로 쓰였지만 최근엔 쓰레기로 가득 찬 집을 치우는 업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외부에 자신의 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을 위해 "비밀보장을 약속한다"며 영업에 나서기도 한다.
지자체 역시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고미야시키'(ゴミ屋敷·쓰레기집)라는 쓰레기 집 문제가 사회이슈로 대두된 일본에서는 독거노인의 쓰레기를 지자체가 대신 치워주고 공무원들이 집을 돌며 안부를 묻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도 이를 본받아 서울 노원구와 성동구, 경기 광명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저장강박 가정 주거환경 개선'을 시행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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