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 "빌보드가 방탄소년단을 찜했다"
입력 2018-05-30 15:01 


[케이컬처 DNA] "빌보드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영역표시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 중구 매일경제신문사 편집국을 찾은 미묘(본명 문용민)는 빌보드가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언급 빈도를 늘리는 현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 미묘는 국내 아이돌 전문가 중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K팝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종의 서브컬처(하위 문화)로 존재했던 것 같다"며 "이제 방탄소년단을 앞세운 K팝이 미국 주류 문화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빌보드가 전략적으로 이 팀을 미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케이컬처 DNA는 K팝에 일종의 특이점이 왔다고 보는 미묘와 함께 '2018 아이돌 트렌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

그의 말처럼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을 이례적일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한동안 홈페이지에 'BTS' 전용 카테고리를 마련해 별도의 장르처럼 표기한 게 대표 사례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향후에 더 큰 그룹으로 성장했을 때 빌보드가 '이 팀은 우리가 키운 것'이라고 생색을 내기 위해 두는 포석"이라며 "요즘 빌보드 필진들은 SNS에 글을 올리면서 해시태그(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메타데이터. 주로 게시물 끝자락에 '#' 표시와 함께 문구를 붙여 표기한다)에 'BTS'를 적극 붙여가며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미묘는 K팝 전반의 트렌드를 평가하며 한국 가요계가 변곡점을 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이 대중음악 주류 시장인 영미권에서 사랑을 받고 SM, YG 등 기존 메이저 엔터테인먼트사 보이·걸그룹보다 더 큰 인기를 끄는 현재는 가요 역사상 없었던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아이돌 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과거에는 기획사가 가진 기획력이 더 중요했지만 이제 팬들의 아이돌 소비 양태가 바뀌었다. 빅뱅 때만 해도 팬들은 아이돌이 어떤 식으로 데뷔했는지를 소개받으면 만족했는데 이제는 그들의 뒷모습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작은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일지라도 그 성장 과정에 팬들을 동참시킬 수 있다면 거대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아이돌 소비 패턴이 바뀐다고 해서 기성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경쟁력을 잃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진단했다. 특히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신개념 아이돌 그룹 NCT를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꼽았다. 플랫폼형 아이돌그룹인 NCT는 서울 기반 팀 NCT 127, 청소년 중심 팀 NCT 드림, 연합 팀 NCT U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향후 국가별 팀으로 무한히 확장해나갈 수 있다. 그는 "SM은 '이게 바로 지금 시대의 아이돌'이라는 식으로 헤게모니 장악을 하는 데 강점이 있는 기획사"라며 "NCT라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해외에서 분점을 내겠다는 건데 기본적인 방향은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인상적인 솔루션이지만 대중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NCT가 자리를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NCT 127은 지난 23일 출시한 일본 데뷔 앨범 `체인(Chain)`으로 오리콘 데일리 차트 1위에 올랐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미묘는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이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을 하다가 이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사람이다. 프랑스에서 박사 논문을 쓰던 도중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아이돌에 파고들기 시작했고, 2014년 '아이돌로지'를 창간했다. 국내 유일 아이돌 전문 비평 매체인 '아이돌로지'는 팬픽(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작품.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가 있음)에 등장할 정도로 영향력이 확고하다.
그렇다면 아이돌 박사 미묘가 가장 만나보고 싶은 아이돌은 누구일까. 그는 "에프엑스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애 멤버(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루나 씨입니다. 최근에 제가 보는 인터넷 방송에서 진행자가 에프엑스를 언급하자마자 채팅창이 'ㅠㅠ' 표시로 가득 찼죠." 에프엑스 멤버 엠버 부채를 들고 인터뷰 장소를 떠나는 그의 모습에서 성덕(덕질하는 분야에서 성공하는 일)한 아이돌 팬의 순수한 애정이 전해졌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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