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G 잔혹사` 겪은 SK텔레콤, LTE 진짜 무제한은 신중
입력 2018-05-30 14:06  | 수정 2018-05-30 18:50

LG유플러스가 촉발한 요금제 경쟁에 KT까지 참전했다. 두 회사 모두 이른바 'LTE 진짜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지만, 과거 3G 무제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선보였다가 망 부하로 골머리를 앓은 SK텔레콤은 신중한 입장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월 8만8000원)'를, KT는 '데이터ON 프리미엄 요금제(월 8만9000원)'를 각각 출시했다. LG유플러스가 새로운 요금제를 앞세워 가입자 모집에 나서자 KT가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또 다른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이와 유사한 요금제 출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지 않고 있다. 가입자 이탈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유 주파수가 많지 않아 저울질을 하는 듯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새로운 요금제를 포함해 로드맵에 따라 혁신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중심으로 혜택을 주기보다 전체 가입자에 혜택을 주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LTE 진짜 무제한 요금제가 8만원을 웃도는 고액이라는 점, 주된 이용자가 일부 헤비(Heavy) 유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수를 위한 요금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3월 기준 1인당 평균 LTE 데이터 사용량은 7242MB(7.07GB)다. 기존 6만원대 요금제만 이용하더라도 월 10GB 이상 데이터를 기본 제공받고, 소진 시 일 2GB 데이터를 추가로 쓸 수 있다. 일반적인 사용자에게 부족함이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과거와 달리 와이파이(WIFI)도 확충된 상황이다. 이통사들은 정부 권고에 따라 타사 고객에게도 와이파이를 개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소수의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면 망 전체에 부담을 줄 우려도 있다. 실제 과거 이통 3사가 '3G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을 당시에 스마트폰 끊김 현상, 전화 수신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통신비가 비싸다는 시민단체가 당시에는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고 자신이 쓴 만큼 통신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을 정도다.
[자료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G 무제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내놓았던 이통사는 아이러니하게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10년 5월 추가로 할당받은 2.1㎓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겠다면서 같은해 8월26일 3G 무제한 요금을 내놨다. 당시 KT와 LG유플러스는 같은해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은 LTE용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SK텔레콤은 3G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가입자 증대가 예상됐다.
안전장치도 해뒀다. 트래픽이 몰려 3G망에 과부하가 발생하면 데이터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일부 헤비 유저로 인해 다른 가입자들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3G 데이터 트래픽은 SK텔레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폭증했다. 3G 무제한 요금제가 속도 제한이 있는 '반쪽짜리' 요금제였지만 망에 자체에 심각한 부하를 주면서 가입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나왔다.
SK텔레콤에 뒤이어 3G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던 경쟁사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시장 논란에도 SK텔레콤은 3G 무제한 요금제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했다. 다만 스마트폰 요금제의 데이터를 노트북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와 공유해 사용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의 약관을 변경했다. 'T데이터 쉐어링'의 데이터 공유 가능량을 기존 '무제한'에서 '요금별 차등'으로 바꿨다.
과거 주파수 여유가 있었음에도 양질의 서비스 제공하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현재 LTE 진짜 무제한 요금제를 내기에 SK텔레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LTE 주파수 대역폭당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이 가장 많다. SK텔레콤은 70㎒에 2285만명, KT는 50㎒에 1452만명, LG유플러스는 50㎒에 1191만명 순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데이터 폭증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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