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5월 29일 뉴스초점-몰카피해자의 '법 앞' 좌절
입력 2018-05-29 20:05  | 수정 2018-05-29 20:50
요즘 들어 가장 빈번한 사건, 바로 몰카 범죄입니다. 어제는 모 대학 여자 화장실에서 아침부터 몰카를 찍으려던 남자도 있었죠.

최근 10년간 성폭력 범죄 중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게 바로 몰카 범죄입니다. 한해 천5백여 건에서 5년 새 5천백여 건으로, 3배 넘게 늘었죠.
하루 14건 꼴입니다. 물론 들킨 숫자만이죠. 그런데 비슷한 시기, 기소율은 2010년 73%에서 16년 32%로, 오히려 뚝 떨어졌습니다.

왜일까요.
몰카 피해 여성들의 고소부터 배상까지 한 단계 한 단계가 다 '산 넘어 산'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면, 음란 사이트 등에 올라온 자신의 영상을 자신이 직접 캡처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신체 특정 부위가 그대로 보여야 한다는 것.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어도 안되고, 가해자가 나타나 자백을 해도 내 신체의 특정 부위가 뚜렷이 보이지 않으면 처벌이 안 됩니다.

이렇게 힘들게 재판에 넘겨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 서울지역 법원의 관련 사건 최근 1심 판결 1천540건 중 형이 확정돼 신상이 공개된 건 단 7건뿐이죠. 이 때문에 징역 5년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법이 있음에도, 법이 있으면 뭐 합니까 실행하지 않으면…. 그래서 그냥 합의로 끝나는 게 대부분입니다.


처벌이 잘 안 되는데 사후 보호가 제대로 될 리도 없죠. 유포된 사진을 삭제하려면 피해자가 직접 월 200만 원씩을 들여 지워야 하고, 이마저도 해외 사이트라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방통위가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규제를 강제하지 않고, 사실상 기업의 자율에 맡겨놓고 있기 때문이죠. 현행법상으론 피해자를 말 그대로 두 번, 세 번 죽이는 꼴입니다.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몰카 범죄를 근절하려면 사건을 다루는 관점부터 변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여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생각부터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법과 제도까지, 이젠 우리도 제대로 된 관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대전환은 다른 게 아닐 겁니다. 바로 인식의 대전환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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