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닻올린 CJ ENM…이재현의 마법 시작됐다
입력 2018-05-29 17:37  | 수정 2018-05-29 19:11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는 안건이 양사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콘텐츠 사업회사와 홈쇼핑 사업회사를 묶는 생소한 합병이라 증권가에선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무사히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이제 두 회사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주주들에게 CJ그룹의 합병 성공 사례와 합병회사의 성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CJ오쇼핑은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CJ E&M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CJ오쇼핑은 법인명을 CJ ENM으로 변경하고 사업목적에 유·무선 인터넷 관련 사업,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판매 및 임대업, 방송 프로그램 수출입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변경안도 의결했다.
이날 CJ E&M도 주주들에게 합병 안건을 승인받아 두 회사는 예정대로 오는 7월 1일 새로운 합병법인인 CJ ENM을 출범시킬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합병법인 CJ ENM의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CJ E&M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주총에서 원안대로 모든 사항을 가결해 순조롭게 후속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합병을 통해 콘텐츠·커머스 융복합 사업으로 성장하는 의미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안건이 주총에서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꾀하는 등의 '꼼수'와는 거리가 먼 합병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CJ로 40%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합병 법인에 대한 CJ 지분율도 39.5%로 큰 차이가 없다.
이재현 CJ그룹회장
그럼에도 지난 1월 CJ오쇼핑과 CJ E&M은 합병 발표를 한 이후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사업 시너지 효과가 무엇이냐'는 투자자들의 의문을 속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이 같은 의구심이 주총 결정까진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 주식매수청구 행사 기한이 끝나는 6월 18일까진 주주들이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CJ 측은 우려가 많았던 과거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2009년 온미디어를 인수하고, 2011년엔 5개 콘텐츠자회사를 합쳐 CJ E&M을 설립했다. 2013년엔 물류 합병법인인 CJ대한통운을 출범시켰으며,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이 기존 4개 사업부문을 바이오와 식품으로 통폐합하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주요 성장 변곡점마다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시장의 예상을 깨는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했다"며 "결과적으로 그룹 매출은 2009년 9조원에서 2017년 27조원까지 3배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CJ ENM의 2021년 매출 전망치로 6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CJ오쇼핑과 CJ E&M에 대한 2018년 합산 매출액의 증권사 컨센서스가 4조3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년 뒤 매출이 55.8% 증가한다는 것이다. 2021년 전망치 중 8000억원은 합병 시너지 효과라는 것이 CJ 측의 설명이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8000억원은 융합 디지털 서비스 4500억원, 콘텐츠파크사업 3500억원"라며 "합병법인의 시너지 효과는 특히 광고·마케팅 분야의 매출 확대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어 "CJ ENM은 넷마블게임즈와 삼성생명 지분, CJ오쇼핑 본사의 현금 창출 능력 등을 활용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합병 안건을 통과시킨 후 두 회사 주가는 동반 상승했다. CJ오쇼핑 주가는 전날 대비 1.06% 상승한 21만8800원을 기록했고, CJ E&M은 1.47% 오른 9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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