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냉정한 외국인, 한달새 1조 팔았다
입력 2018-05-29 17:33 
외국인 투자자들은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 달간 수혜주로 꼽힌 종목들을 1조원가량 집중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장기 남북경협 수혜보다는 올해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고 보고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매도한 종목들을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쓸어 담으면서 '고점 매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관련주들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코스피 평균보다 모두 높은 것으로 나온다.
29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남북경협 수혜주 12곳의 투자자별 매매 동향과 예상 실적을 분석해보니 이들에 대한 외국인과 개인의 투자 패턴이 정반대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12곳에는 현대건설(건설 업종)을 비롯해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상사(철도 및 차량), LS산전 한국전력 한전KPS(전력), 쌍용양회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시멘트)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종목으로 올해 실적 추정치가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이후 이달 28일까지(최근 한 달 동안) 주가 등락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곳들이다. 증권사들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시멘트 기업을 비롯한 건설 업종과 철도 레일·철도 차량을 만드는 업체, 전력망 관련 기업들이 곧바로 수혜가 가능하다는 보고서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은 최근 한 달 12곳에 대해 1조1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현대건설(-3410억원)을 가장 많이 내다팔고 있고 현대로템(-2667억원), 현대제철(-1562억원)을 1000억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준 주체는 개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2곳에 대해 921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 전체 종목 개인 순매수 규모가 855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개미들이 남북경협주에 상대적으로 베팅 강도를 높인 셈이다. 일각에선 개미들의 남북경협주 투자가 다소 과열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기간 12곳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44.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5%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상승률이란 지적이다. 이들의 주가가 급등한 반면 올해 실적 추정치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인데 12곳의 PER는 최소 10배에서 최대 42배까지 고평가돼 있다. 증권투자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열광하며 수혜주를 사들이는 동안 외국인은 조용히 팔고 있다"며 "남북경협을 통해 수혜주의 실적이 증가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관계 개선 수혜를 빼고 올해 실적만 놓고 본다면 12곳의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온다. 12곳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6조4552억원으로 작년(8조3138억원)보다 2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대북 제재가 해소되고 개성공단 가동 전망에 따라 당장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수혜주로 분류됐지만 올해 실적은 부진하다. 올해 영업이익은 2조7822억원으로 추정돼 작년 대비 43.8%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현대건설은 작년보다 올해 영업이익이 11.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코스피 상장사의 작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평균(13.6%)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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