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J E&M + 오쇼핑` 주가부양 비장의 카드는
입력 2018-05-27 17:06  | 수정 2018-05-27 21:12
합병을 목전에 두고 있는 CJ오쇼핑과 CJ E&M이 본격적으로 '주가 끌어올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 앞으로 3주 가까이 되는 청구권 행사 기간 중 그동안 감춰왔던 주가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장의 카드로 증권가에선 CJ헬로 매각을 비롯한 자산 매각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내외 기업 인수 발표, 자사주 매입이 거론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과 CJ E&M은 29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을 처리한다. 두 회사 주주들은 이날부터 6월 18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CJ오쇼핑의 주식매수 청구가격은 22만7398원, CJ E&M은 9만3153원이다. 주주 입장에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중 주가가 청구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회사 측에 주식 매수를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현재 두 회사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CJ오쇼핑 주가는 22만400원이고, CJ E&M은 9만100원에 그쳤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결정 이후 급락한 주가는 1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에선 불필요한 합병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미 주가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합병 결정 실망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CJ그룹의 과감한 M&A 중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기존 CJ GLS와 합병법인을 출범시킨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났다. 방송·영화·음악 등 5개사를 합병해 설립한 CJ E&M도 결과적으로 지난해 27조원 매출을 기록해 8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현재 주가 수준은 두 회사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CJ그룹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CJ오쇼핑 주주는 국민연금(11.04%) 신영자산운용(5.05%) 등의 지분율이 57%에 달한다. 이들이 현재 주가 수준에서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CJ오쇼핑은 291억원가량 현금이 필요하다. 같은 방식으로 CJ E&M은 732억원이 필요해 합병을 위해선 총 1000억원가량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에 CJ그룹은 최대한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방안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우선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자산은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 매각이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3867억원가량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4000억원대로 추산된다. 2015년 말 SK텔레콤으로 매각을 추진할 땐 9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 바 있다. 현재 CJ오쇼핑은 LG유플러스와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홈쇼핑산업의 성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번 합병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CJ헬로 매각 가능성은 주가에 호재인 관전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또한 2003년 중국 미디어그룹 SMG와 합작해 설립한 동방CJ홈쇼핑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CJ오쇼핑 지분율은 49%에 달했지만 사업이 순항하자 중국 정부 압박에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했고 현재 16%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업체와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분을 모두 팔면 CJ오쇼핑은 2000억원가량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CJ 측은 국내와 해외 미디어 관련 기업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방안도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만들어 소각하거나 책임경영 차원에서 경영진이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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