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NH證 공격투자…3개월내 1조 확보 나선다
입력 2018-05-23 17:43  | 수정 2018-05-23 21:30
증선위, 발행어음사업 인가
50년 역사의 NH투자증권이 명실상부한 국내 2호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확정됨에 따라 1호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의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23일 금융당국에서 발행어음 판매를 인가받아 NH투자증권은 어음을 통해 1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 증권사는 앞으로 3개월 내에 자금 1조원 확보에 나서기로 하는 등 초대형 IB로서 공격적인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은 이 사업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일단 이 사업을 하려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 이전에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겨야 한다. 이 증권사는 1969년 설립된 한보증권으로 시작해 이후 럭키증권, LG증권, LG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수차례 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몸집을 키워 나갔다.
2014년 말 NH금융지주로 편입됐고 자기자본이 4조3000억원에 달해 초대형 IB 요건을 갖췄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쌓으며 자기자본이 작년 말 기준 4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춘 증권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궁극적으로 자기자본(4조8000억원)의 두 배인 9조6000억원 규모 발행어음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또 이 증권사는 지난 3월, 15년간 IB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영채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사업부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발행어음 사업을 위해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략투자운용부도 신설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유동자금 수요가 높은 만큼 발행어음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포석이다.

단기적인 목표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최종 승인으로 발행어음 판매가 가능할 경우 이를 통해 3개월 이내에 1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것이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초기에는 기업대출, 회사채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붙으면 PEF(사모펀드)와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상품) 등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현재까지 한투가 독점하고 있다. 작년 11월 사업 시작 당시 한투는 1년 만기 어음 금리를 연 2.3%로 정했는데, 인터넷 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예·적금 최고금리 대비 0.1~0.2%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작년 11월 27일 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5000억원어치 물량이 단숨에 팔려나갔다. NH도 한투의 금리와 최근 인상된 시장 금리를 감안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어음 등 사업 다각화로 NH투자증권은 올해 사상 처음 순이익 4000억원 돌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증권사 올해 순이익 추정치는 4316억원이다. 작년(3496억원)보다 23.5% 증가한 수치다.
정영채 사장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5년 뒤 연간 1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이 같은 목표는 주식 거래와 같은 전통적 방식 외에 발행어음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NH투자증권의 뒤를 잇는 초대형 IB 3호 주자로는 KB증권이 유력시된다.
그외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작년 이들 증권사와 함께 초대형 IB로 지정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은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보류되거나 신청을 자진 철회해 초대형 IB의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불투명한 상태다.
[문일호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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