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항 화물선 화재 진화 난항…"완진하려면 밤샘해야"
입력 2018-05-21 19:54  | 수정 2018-05-28 20:05
선적 차량 엔진서 발화 추정…선박 내 차량 2천대 피해 커질 듯


오늘(21일) 오전 인천항 부두에 정박해 선적작업을 하던 차량운반용 화물선에서 큰 불이 났지만, 아직 진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9분쯤 인천시 중구 항동7가 인천항 1부두에 정박 중인 파나마 국적의 5만2천422t급 화물선 A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

이날 화재로 길이 199m, 폭 32m, 높이 18m 규모의 화물선 내부가 불에 탔습니다. 배에 실려 있던 중고차도 상당수 화재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재 당시 한국인 4명과 외국인 24명 등 배에 있던 선원 28명 전원은 화물선 후미에 있다가 배 옥상으로 대피했고 이후 119 구조대에 구조됐습니다.

화물선 선장 B 씨는 "중고차 선적 작업을 하던 중 절반가량 화물선에 실었을 때 불이 났다"며 "화재 발생 연락을 받고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평소 훈련했던 매뉴얼대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소방본부는 오전 9시 58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80여대와 인력 240여명을 투입했습니다. 또 중앙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대가 투입됐으며 산림청 등으로부터 헬기도 지원받았습니다. 해경은 소방장비를 갖춘 3천t급 함정 2대를 지원, 해상에서 진화 작업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불이 난 화물선 규모가 크고 폐쇄형 구조인 데다 연기와 열기가 거센 탓에 내부 진입이 쉽지 않아 이날 오후까지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당 화물선은 창문이 거의 없고 선미에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대형 출입문만 있는 구조입니다.

변수남 소방청 119구조구급국장은 "차량을 계속 배에 싣던 중 화재가 발생해 방화벽이 열려 있었다"며 "불을 막는 CO2(이산화탄소) 장비가 작동했지만 (불이 퍼지는 공간이 너무 넓어) 금방 소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오후 들어 선내 열기를 빼내기 위해 특수구조대를 투입, 가로 1m, 세로 1m 크기로 선수 우측 3곳을 절단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또 배 뒤쪽을 통해 4인 2개조의 구조대를 선내에 교대로 투입, 선박 10층 내부에서 진화 작업을 벌였습니다.

소방당국은 휘발유, 고무 타이어, 합성 가죽 시트 등 가연성 물질이 선내에 많은 점을 고려해 폭발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박성석 인천 중부소방서장은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농연과 열기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용접 작업으로 (선박 외벽) 3곳에 구멍을 내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화재 현장 인근에서는 40대 소방관이 수관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습니다.


차량 5천700대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이 화물선에는 화재 당시 리비아로 갈 예정인 수출용 중고차 2천100여대가 실려 있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화물선 11층에는 중고차 200대를 비롯해 1∼4층에 900대, 13층에 500대 등이 적재돼 있었습니다.

애초 소방당국은 이 화물선에 중고차 200여대가 실린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는 불이 처음 일어난 11층에 실린 차량 수였습니다.

소방당국은 13층 높이의 화물선 11층 선수 부분에 적재된 한 중고차에서 엔진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오후 6시쯤 일단 선박 내부 큰 불길은 잡아 초기 진화는 됐다"면서도 "완진은 오늘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까지 선내 폭발은 없었다"며 "밤에는 낮보다 진화 활동이 어렵지만 상황을 봐 가며 계속 인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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