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몰카 규탄한다면서…집회 참가한 남성들 몰카 촬영해 조롱 일삼는 남혐사이트
입력 2018-05-21 16:23  | 수정 2018-05-21 17:03

몰카에 대한 여성의 일상화된 공포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치로 ​ 지난 주말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일부 여성들이 되레 남성 시민들과 의무경찰을 대상으로 몰래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온라인에서 공유해가며 조롱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남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는 '어제오늘 한남콘 몰카 다 푼다 + 시위 관잦(추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하루 전인 19일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불특정 남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이 다수 게재됐다. 이를 본 워마드 회원들은 "품평하고 싶어도 다 폐기물이라 할 거리가 없다" "사진에서 밤꽃 냄새 쉰내 마늘내 난다" "볼만한 한국남자가 하나도 없다" 등 성별 간 혐오를 부추기거나 성적 조롱을 담은 댓글을 무수히 쏟아냈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날 안전 유지를 위해 나온 의무경찰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 올렸다. 이 게시물에도 "옷벗어라 남X새끼덜" "한X새끼 다시 나타났는데도 안잡는 남XXX" 등 모욕적인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워마드 회원들은 이런 몰카 촬영 및 게시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에 각종 여성 몰카 사진들이 있지만 경찰 수사가 착수되지 않는 걸 고려하면 본인들의 이 같은 행위도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과거 여성들이 몰카 피해를 당해도 수사가 지지부진해 고통을 느꼈듯이 남성들도 몰카를 당한 심정을 느껴 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심각한 범죄라며 비난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사용한 혐오적인 구호와 팻말 때문에 집회 취지가 퇴색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혜화역 시위를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한 학생은 20일 익명 커뮤니티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안전 유지를 하는 의무경찰을 향해 '남경들아 분위기 X창 내지 말고 웃어'라는 팻말을 들이밀고 '재기하라(남성인권운동가 고 성재기 씨가 투신 사망한 것을 희화한 표현)'등 극단적인 구호를 내세워다"고 전했다.
온라인에 몰카를 올리는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초상권 침해 또는 모욕죄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진 촬영을 당한 피해자 본인이 발견해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쉽지 않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여성들이 몰카로 인해 느껴왔던 공포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똑같이 몰카 촬영으로 대응하는 것은 성 차별과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집회의 순수한 취지도 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로 구속된 여성 모델 안 모씨(25)를 지난 18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 11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미국 구글 본사에 워마드 관리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이메일 정보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또 경찰은 피해 남성모델 A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댓글을 다는 등 2차 가해에 동조한 워마드 회원 2명도 추적 중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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