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경찰서 경비작전계 전 직원이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경비교통과 경비작전계 직원 6명과 담당 과장 등 7명이 최근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경찰서 경비작전계 직원은 행정관 포함 모두 6명으로 부서 전 직원이 심리상담사가 된 것이다.
경비작전계는 일반적으로 집회·시위 현장을 통제하고 의무경찰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부서이다. 과거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 대한 진압 등 엄정 대응을 우선했으나 최근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집회에 대한 물리적 개입을 자제하는 추세이다.
울주서 경비작전계 직원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경찰의 역할 변화를 고민했다. 김동욱 경비작전계장(경감)은 대립과 갈등으로 충돌이 우려되는 집회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틈틈이 상담 관련 공부를 하면서 상담과 공감의 필요성을 느낀 김 계장은 심리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직원들에게 제안했다.
자격증 취득이 개인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라 조심스럽게 권유했으나 걱정과 달리 직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기로 의기투합한 직원들은 지난 3월부터 국내 한 민간교육단체가 운영하는 심리 상담 강의를 수강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철 경비교통과장도 자격증 취득에 동참했다.
경비작전계 직원들은 70여일에 걸친 공부 끝에 4월 말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최근 모두 시험에 합격해 전문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시험을 준비하던 중에 울산의 한 도로에서 농약까지 마시면서 자살을 시도한 A씨를 긴 대화 끝에 구조하기도 했다. 상담의 효과를 실감한 사례였다.
민문규 경위는 "심리 상담이 전문적인 분야여서 이론 시험이 어려웠지만 동료들이 모두 합격해 기쁨이 더 크다"며 "시험 준비를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하는 마음 자세와 갈등 조정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집회와 시위에 대응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경찰 내부에서도 울주서 경비작전계 직원들의 도전은 화제가 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의 한 경찰관은 "흥미로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증 취득이 치안 현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전문 심리 상담 자격을 갖춘 경비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되면 법과 원칙에 따른 현장 관리 뿐만 아니라 주민의 불편과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주민 눈높이에 맞는 치안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허명구 울주경찰서장은 "요즘 경찰은 강력 범죄와 부정부패 수사 외에도 주민을 위한 다양한 치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경찰관들이 많아지면 시민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치안 활동으로 이어지고 경찰 내부 역량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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