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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한용덕 한화 감독 “더 멋지게, 더 행복하게”
입력 2018-05-19 05:50 
한용덕 감독은 한화를 바꿨다. 한화의 멋진 야구는 행복 야구라는 또 다른 이름도 얻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한화 팬은 ‘행복 야구에 푹 빠졌다. 더 이상 한화의 대표적인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는 반어법이 아니다. 8회마다 목청껏 외쳤던 최강 한화”도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행복전도사 한용덕 감독 부임 후 반년 만에 변화다.
한화 팬의 행복지수는 날마다 상승하고 있다. 한화는 18일 잠실 LG전에서 3점차를 뒤집으며 4-3으로 이겼다. 한화 팬은 5회 이성열의 홈런에 이제 발동이 걸렸다는 걸 느꼈으며, 9회 이성열의 적시타에 승리를 확신했다. 정우람은 ‘오늘도 대미를 장식했다. 승리(25)의 60%가 역전승(15)이다. 한화가 곧 역전의 명수다.
한화는 18일 현재 25승 18패로 3위에 올라있다. LG와 대전 3연전을 스윕한 3일, 다시 3위를 차지한 뒤 보름간 미끄러지지 않았다. 11승 3패로 5월 승률 1위다. 2위까지 넘본다. SK와 승차는 1경기에 불과하다. 시즌 개막 후 한화가 1,2위에 이름을 올린 적은 하루도 없었다.
요즘 야구 볼 맛 나는 한화 팬이다. 10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팀(최하위 5번)이 달라졌다. 단단해졌다. 덩달아 한화 팬의 믿음도 굳건해졌다. 한 감독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 한화야구는 반어법이었다. 최강이 아닌데 최강을 외쳤고,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하다고 했다. 다른 팀에서 한화를 보는데 안타까웠다. 마음이 짠했다. 그래서 취임 후 멋있게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 야구관이다. 물론, 분패 후 번트(6개로 가장 적다)에 관한 말도 많다. 나도 욕심이 날 때가 있다. 그러나 욕심만 커질 수 있어 자제한다. 지금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한화 팬이 먼저 재미를 느끼시고 찾아오시는 것 같다.”
한화는 한 동안 ‘안 되는 팀이었다. 무기력했다. 패배 의식에 젖어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놀랍다. 사실 한화는 크게 바뀐 게 없다. 지난겨울 FA를 영입하지도 않았다. 교체한 외국인선수도 몸값(197만5000달러)은 지난해(480만달러)보다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외형적인 변화는 코칭스태프뿐이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지도하는지는 팀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다.
선수들이 그 동안 너무 힘든 야구를 했다. 선수들의 의식을 바꿔주고 싶었다. 코칭스태프가 아니라 선수가 중심이 되는 야구를 심으려 했다. 마무리훈련부터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선수들의 의식 전환이 빨랐다. 이제는 다들 그 맛을 들인 것 같다. 분위기가 밝아졌고 집중력도 좋아졌다.”
한용덕 감독은 한화를 바꿨다. 한화의 멋진 야구는 행복 야구라는 또 다른 이름도 얻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그렇다고 한 감독이 ‘방관하지 않는다. 팀을 운영하는 철칙이 있다. 그 아래 선수들을 신뢰한다. 그렇지만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화는 엔트리 변화가 적은 편은 아니다. 주축 선수도 예외는 없다.
선수들이 무기력하거나 나태할 경우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그 모습을 보이면 누가 됐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2군에 간 (정)근우도 안일한 게 보였다. 단순히 실수했기 때문이 아니다.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야 했으나 덜 보였다. (근우나 다른 선수들도)내 메시지를 알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점점 멋있어지는 한화야구다. 그 매력에 빠져든다. 대전에는 다시 흥행 바람이 불고 있다. 네 차례나 매진(1만3000장)됐다. 10개 구단 중 최다 기록이다. 또한, 한화 홈 22경기에 20만1907명의 관중이 자리했다. 경기당 평균 9178명이다. 구단 역대 시즌 최다 평균 관중 페이스다. 종전 기록은 2016년의 9173명.
과거 한화에는 느슨한 플레이가 많았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지금은 수비, 주루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달라졌다. 맥을 놓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니 역전승도 많아졌다. 한화의 집중력과 힘을 한화 팬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프로야구는 팬의 관심이 생명이다. (성적까지 따라주면 좋겠지만)팬이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스몰볼보다 빅볼을 해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한 감독도 한화 팬의 행복 야구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 기분이 좋다. 그 역시 한화가 이겼을 때 짜릿했다. 장기 레이스라 다음 경기를 또 다른 마음으로 준비해야 하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행복감을 느낀다. 때문에 행복 야구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한화 사령탑에 부임했다.
두산 코치 시절 한화 팬의 응원을 볼 때 심경이 복잡했다. 한화가 진짜 최강 한화가 돼 응원한다면 한화 팬은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팀을 강하게 만들어 팬이 부끄럼 없이 응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한화 때문에 즐겁다는 지인의 연락도 많이 받는다. 아직 부족해도 재미있게 야구를 하는 것 같다. 앞으로 그 행복감을 더 크게 계속 드리고 싶다.”
한용덕 감독은 한화 팬에 더 많은 행복을 드리고 싶다며 조금 더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멋진 야구로 재미있게 경기를 치러 행복을 드리겠다던 한 감독이다. 그가 여러 차례 강조하는 멋진 야구는 곧 그의 행복론과 일맥상통한다. 한화 팬이 한화 야구를 통해 행복을 느끼듯, 그 또한 야구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취임하면서 선수들에게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라고 당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3년간 야구를 그만뒀던 난 힘겹게 프로야구선수가 됐다. 당시 훈련 강도가 높은 데다 양도 많아 힘들었다. 숨이 턱 막혀 헐떡헐떡 뛰어다녔다. 그럼에도 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야구선수는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멋진 모습이다. 지금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투지가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잘 안 될 때 안타까워하는데 야구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런 모습이 안 나온다. 선수들이 그렇게 해주는 것으로 난 행복하다.”
한 감독은 줄 게 많은 사람이다. 올해 한화 팬에 주고 싶은 선물과 줄 수 있는 선물을 물었다. 앞은 희망이고 뒤는 약속이다. 한 감독의 답은 하나였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자 의지다.
한화 팬에 가을야구를 선물하고 싶다. 한화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올해는 추운 날에도 한화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조심스런 부분도 있다. 내가 구상했던 게 완성되지 않았다. 70% 정도 만들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더 빠르게 좋아졌다. 시간이 지나 (구상대로)만들어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화 팬이)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그 힘으로 더 멋진 야구를 하겠다.”
한용덕
1965년 6월 2일생
184cm 84kg
대전 천동초-충남중-북일고-빙그레-한화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2005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2006~2012년)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2012년 8~10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투수코치(2013년)
두산 베어스 수석 및 투수코치(2015~2017년)
한화 이글스 감독 (2017년 11월)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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