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고 일부 신흥국 금융시장에 불안이 가중되면서 위기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되거나 신흥국의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달 4년 만에 3%를 돌파하는 데 이어 17일(현지시간) 장 중 3.12%를 넘어서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감을 반영하는 지표로 쓰인다.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화 강세를 동반하고는 하는데 문제는 달러화 상승이 신흥국 시장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될 예정이고 달러화 강세도 점차 완화돼 위기에 대한 걱정은 섣부르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이전 경제 위기 때와는 다르게 신흥국 펀더멘털이 개선된 상태임을 고려하면 "아직은 괜찮다"며 입을 모았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이 아닌 달러화라고 강조했다. 안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는 항상 정비례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미국 시장은 1990년 이후 네 번째 금리 인상을 겪고 있지만 기준 금리 인상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는 확률은 5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전 세 차례의 기준 금리가 인상된 시기별로 달러화 추이를 살펴보면 1994년에 달러화는 약세했던 반면 2000년도에는 기준금리와 함께 상승했다. 2004년 당시 달러화는 약세 후 반등하며 다양한 추이를 보였다.
달라진 신흥국가들의 펀더멘털도 우려를 잠식시키는 요소다. 과거 금융 위기와 2000년 이후 금융 위기에서 신흥국의 입지가 달라졌기에 90년대 신흥국(남미·아시아)금융 위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990년 특정 국가의 위기 확산이 쉽게 됐던 배경은 대외 건전성이 낮아 대외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아시아 외환위기(1990년 후반) 이후 신흥국의 경상수지는 적자에서 흑자 전환 뒤 15년 간 흑자 기조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신흥국의 외환 보유고 확충으로 연결돼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신흥국의 외환보유고는 약 7조4000억달러가량 증가했다. 또한 2000년대 중남미·신흥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은 재정 건전성을 제고 노력으로 정부 부채를 GDP 대비 50% 선에서 30% 초반까지 줄였다.
윤 연구원은 "광범위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1990년 초반, 1990년 후반, 2008년은 모두 경기가 최정점에서 후퇴하기 직전이었지만 현재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경기가 회복 국면에서 상승 국면으로 진입한 초기로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확장이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이어 "신흥국 금융시장 교란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 부재한 상황으로 채권시장은 자금은 유입이 정체됐으나 주식시장은 유입세가 지속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특히 대만,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 대부분은 위기 대응 취약성 점검 시 대부분 양호한 상태로 나타났다. 반면 멕시코(고위험군), 터키·아르헨티나(최고위험군)는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세계 GDP 전체에서 고위험군 이상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의 합산 규모는 3.3%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윤 연구원은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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