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콘텐츠가 받은 `좋아요`로 커피 살 수 있는 곳 가보니…
입력 2018-05-17 16:14  | 수정 2018-05-17 16:18
서울 당산역 인근 커피숍 '선유기지' 간판. 이곳에선 스팀달러로도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K씨는 최근 영화 리뷰를 써 '원고료'를 받았다. 독자가 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면 누를수록 원고료를 더 받는다. 그 돈으로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 마시며 글을 썼더니 또 원고료를 받았다.
K씨는 작가도 기자도 아닌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플랫폼 '스팀잇(Steemit)' 사용자다.
K씨가 받은 원고료는 '스팀달러(Steem Dollar)'다. 스팀달러는 스팀잇 사용자가 콘텐츠를 게시·큐레이팅하면 지급하는 가상화폐의 일종이다. 콘텐츠에 '보팅('좋아요'와 흡사한 개념)'을 받을수록 사용자는 더 많은 스팀달러를 얻을 수 있다. 글뿐만 아니라 웹툰·그림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다. 이 스팀달러로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커피숍 '선유기지'가 서울 당산역 근처에 있다고 해 지난 16일에 찾아가봤다.
평범한 커피숍이었던 선유기지가 스팀달러를 받기 시작한 건 약 한달 전부터다. 이 기간 동안 스팀달러 결제는 총 37번 이뤄졌다. 하루에 손님 한 명 이상은 꾸준히 스팀달러로 커피를 주문한 셈이다. 최근엔 한 유명 '스티미언(스팀잇 사용자)'이 "선유기지에 방문하는 스티미언들을 위한 무료 커피 이벤트를 열어달라"며 커피 50잔 상당의 스팀달러를 기부했는데 벌써 거의 다 소진됐다.
선유기지는 어느덧 스티미언들의 명소가 됐다. 쌓인 스팀달러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선유기지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이곳에선 스티미언들의 모임도 자주 열린다.
스팀달러 결제를 위한 QR 코드를 생성한 모습.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조현철 선유기지 사장(32)은 "글을 써서 가상화폐를 받을 수 있고 그것이 실물경제로 이어지니 손님들이 신기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광고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1월 선유기지를 개업했다. 그는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은 주변인의 영향으로 스팀잇을 시작하게 됐다"며 "스팀달러로도 커피값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팀달러 결제 방법은 간단하다. 손님이 스팀달러 결제를 원하면 조 사장은 QR코드를 생성해 손님에게 건넨다. 손님은 이 QR 코드로 스팀잇에 접속해 스팀 아이디 등을 입력하면 바로 선유기지에 스팀달러를 송금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가치가 변하는 스팀달러는 최근 24시간 동안의 평균 가치로 거래된다. 1스팀달러는 현재 2500원 정도다.
선유기지에서 4000원짜리 카페라떼를 사려면 스팀잇에서 얼마나 활동해야 할까.
조 사장은 "사람에 따라, 콘텐츠에 따라 달라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보통 콘텐츠 하나당 한 잔의 커피값은 벌 수 있다"며 "우리나라 스티미언들은 보팅에 후해서 본인이 관심 있는 아무 주제로 정성껏 글을 쓴다면 금방 스팀달러를 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팀달러 결제 과정을 설명하는 조현철 선유기지 사장(32).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조 사장은 스팀잇의 매력으로 '바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스팀잇은)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콘텐츠 제공자에 적절한 보상이 돌아간다"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크게 성공한 크리에이터 외엔 금전적인 수익을 바라기 힘들지만 스팀잇은 누구나 글을 쓰면 바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팀달러를 빨리 모으겠다고 내용이 없는 글이나 허위 정보를 스팀잇에 게재하면 '다운보팅'을 받아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팀잇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한다면 적어도 선유기지에서만큼은 계속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조 사장은 "스팀달러로 커피를 마시고 이 커피에 대한 글을 올려 또 스팀달러를 얻으면 다음 번에 방문할 때도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