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시적 경영권 위험 심각…포이즌필 등 적극 도입해야"
입력 2018-05-16 17:46  | 수정 2018-05-16 21:45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왼쪽 셋째)이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 현대차 백기사 나선 상장사協 ◆
"이번엔 현대차.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이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흔들기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지주사 전환 등을 강력히 주장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14년에 마련된 로드맵에 따라 최근 1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엘리엇은 현대차에 이어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소각과 분기 배당 등을 담은 주주친화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자체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이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국내 2000여 개 상장회사를 대표해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두 협회는 이날 현대차그룹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엘리엇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국내 상장사들이 지속 가능성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심각하게 경영을 간섭하고 경영권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을 비롯해 2015년 엘리엇의 삼성그룹 공격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소버린은 SK 지분(14.99%)을 취득한 후 매각을 통해 9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바 있다. 2005년 칼 아이칸 역시 KT&G 지분 6.59%를 매입한 후 경영 개입을 시도한 데 이어 1500억원대 차익을 남기고 철수했다. 특히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 측과 대립한 바 있고, 지난달부터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며 또다시 '주총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것이 불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도적인 차원에서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추가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 과거 다른 사례와 유사한 경영 간섭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서 갖는 상장회사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상시적 경영권 위험은 국가경제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 협회는 구체적으로 2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차등의결권 주식'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제도) 등과 같이 세계 주요 국가에서 이미 보편화된 경영권 방어수단을 우리 기업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로, 미국·일본·영국·프랑스·싱가포르·스웨덴 등 경제 선진국들이 이미 도입한 제도다. 포이즌필 역시 경영권 방어수단 중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일본·프랑스 등이 도입한 상태다.
한편 이날 호소문 발표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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