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고위급회담 연기에…남북경협주 하룻밤새 `된서리`
입력 2018-05-16 17:41  | 수정 2018-05-16 19:22
코스피 출렁…장중 2450 깨져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하자 국내 주식 시장이 출렁였다. 최근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논란에 휩싸인 제약바이오주 대신 남북 경제협력주가 국내 증시를 이끌었는데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증권업계에서는 남북 경협에서 더 나아가 남북 통일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북한이 태도를 바꾸자 결국 남북 경협주가 테마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장 초반 남북 경협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하자 코스피는 2444.67까지 밀리면서 한때 2450 선이 붕괴됐다. 장중 2450 선을 내준 것은 지난 10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오후 들어 등락을 반복하다가 전일 대비 1.28포인트(0.05%) 오른 2459.82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이 사흘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마저 순매도에 동참했다. 같은 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12.65포인트(1.47%) 하락한 850.29로 마감하며 850선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남북 협력에 따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하던 철도와 건설, 기계, 시멘트 업체뿐 아니라 개성공단 입주 업체, 송전 업체, 금강산 관광 업체 등이 일제히 급락했다. 이 가운데서도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 소식에 경협 '1순위'로 떠올랐던 철도 관련주 낙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로템은 전일 대비 6300원(15.69%) 떨어진 3만3850원에 장을 마치며 최근 일주일간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철도 신호 제어 시스템 업체인 대아티아이와 철도차량 부품 업체 대호에이엘 또한 각각 9.05%, 13.23% 하락했고 에스트래픽(-6.38%), 푸른기술(-14.50%) 등도 동반 하락했다. 과거 남북 경수로 사업을 주도했던 현대건설은 하루 새 주가가 6.35% 하락했고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도 약세를 기록했다.
대북 소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이날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좋은사람들과 인디에프는 각각 16.24%, 14.13% 하락했고 재영솔루텍과 남광토건도 10% 이상 주가가 빠졌다. 여기에 대북 송전주로 분류되는 제룡전기와 이화전기, 금강산 관광주로 꼽히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도 10% 내외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최근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급등했던 남북 경협주들이 결국 북한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기반으로 남북 경협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남북 평화 통일 등에 대한 분석보고서가 연일 쏟아졌지만, 북한의 태도에 따라 사태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장 남북 경협과 관련해서 매출이 새롭게 발생한 기업은 아무 데도 없다"며 "남북 경협주의 본질은 테마주이기 때문에 북한 측 태도와 진척도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건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아무래도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널뛰기는 불가피하다"며 "만약 한반도 내 평화기조가 안착되고 대북 경협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면 시장 자체가 재평가되면서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북 경협주가 급락한 사이에 최근 주가 부진에 몸살을 앓았던 방산 업체 주가는 상승 반전했다. 평화 분위기가 국방비 감축을 통해 방산 업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이후 방산주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그동안 약세 흐름에 대한 반발 매수와 더불어 남북 간에 긴장감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방산주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국방용 전자장비 전문업체 빅텍은 전일 대비 17.47% 오른 3665원에 거래를 마쳤다. 빅텍 주가는 올 들어 꾸준히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는 52주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국방 항공용 컴퓨터 제조업체인 한컴유니맥스 또한 하루 새 주가가 11.83% 급등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 또한 전일 대비 3.50% 오른 4만4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지난 15일 한국항공우주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41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 초반 상승세를 기록하다가 마감 직전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일과 동일한 가격에 마감했다.
[박윤구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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