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빨간불 켜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표대결 펼쳐지나
입력 2018-05-16 16:40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권고 의견을 내놓으면서 2주 앞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커졌다. 현대차와 사모펀드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대결이 전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의결권자문기구인 ISS는 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방안에 대해 '반대 권고' 의견을 내놨다. 이는 현대차그룹 지분의 약 1%를 보유한 엘리엇과 다른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글래스루이스가 내놓은 입장과 유사하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거래에 대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고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됐다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ISS가 해외 자문사로서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견을 제시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ISS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모비스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주식 100주를 갖고 있을 경우, 현대모비스 주식 79주와 현대글로비스 주식 61주를 받게 돼 주가를 감안하면 이익이라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 임시 주총을 열고 분할·합병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과하려면 의결권 주식을 가진 주주가 3분의 1 이상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유명 자문기구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안건을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엘리엇이 꾸준히 다른 투자자를 설득하고 있는 데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48%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분의 9.82%를 갖고 있는 2대주주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기아차가 16.88%, 정몽구 회장이 6.96%, 현대제철이 5.66%, 현대글로비스가 0.67%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과 합치면 표대결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주원은 의결권 행사 권고안을 이날 최종 결정한다. 최종 판단은 국민연금의 몫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논란에 중심에 섰던 이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들의 결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총에서 개편안이 부결되더라도 다른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반대의견으로 현대차그룹의 분할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경은 다른 방법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환출자 해소,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 등은 정부의 요구사항이기도 하지만, 경영권 승계는 회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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