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엑소더스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회주의 정권인 베네수엘라 정부가 철수하는 외국계 기업의 생산 시설과 자산을 몰수하는 초강격 조치를 취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이같은 행태는 경제 원리를 정면으로 무시한 무자비한 기업 탄압이라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업체 켈로그는 이날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켈로그 본사는 성명을 내고 "계속된 경제 악화와 고물가, 엄격한 가격 통제 탓에 베네수엘라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켈로그는 이날 베네수엘라 지사를 폐쇄하고 300명의 종업원들을 해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켈로그는 베네수엘라에 1961년에 진출해 현지 시리얼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시리얼 시장은 중남미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베네수엘라 중부 마라카이 시에 있는 켈로그 공장에는 약 55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켈로그는 베네수엘라 사업 철수 이유로는 정부의 엄격한 가격 통제, 번거로운 행정절차, 초(超) 인플레이션, 통화통제, 공장에 쓰일 기기들의 부품 부족 등이 꼽힌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달러 공급을 중단하며 원자재 공급이 안 되는 상태에서 '공정가격위원회'를 동원해 원가 대비 30% 이상 마진을 남기지 못하도록 제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도저히 기업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킴벌리 클라크, 클로록스, 제너럴 밀스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비슷한 이유로 베네수엘라 시장을 떠났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정부 가격 통제 정책 등을 따르지 않을 경우 사업주를 구속시키서나 국유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켈로그가 떠나게 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금도 식료품 상점과 슈퍼마켓에는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만800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연말에 10만%를 웃돌 것을 관측했다. 여기에 수백만명의 국민이 식량과 의약품 부족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마두로 대통령은 빈민층의 지지를 앞세워 승리가 낙관적이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켈로그 공장을 압류해 근로자들이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초법적인' 대책을 내놨다. 오는 20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연임을 노리는 마두로 대통령은 유세에서 "켈로그 사의 철수는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공장을 근로자들에게 넘기는 등 몰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방식은 앞서 킴벌리 클라크가 철수할 때도 써먹은 것이다. 킴벌리 클라크의 생산 시설은 모두 베네수엘라 국가 소유로 넘어갔으며 이전 생산량의 40% 가량을 현재 생산하고 있다.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