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갑질` 논란 이명희 출국금지 조치
입력 2018-05-09 14:19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에 이어 이른바 '호텔공사장 갑질'로 구설에 오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이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이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이사장의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23일부터 사실관계 및 범죄 혐의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왔다. 2014년 5월께 한진그룹 계열사인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분노한 모습으로 공사 관계자들에게 고성을 지르면서 무릎을 걷어차고 서류뭉치를 던지는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은 최근 피해자와 접촉해 영상 속 인물이 이 이사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피해자가 이 이사장의 처벌을 원한다는 점에서 지난 4일 이 이사장을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형사 입건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공개 채팅방을 통해 이 이사장이 그룹 계열사 직원이나 운전기사, 가정부 등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제보를 쏟아냈으며 제주도 제동목장에 백조(고니)를 밀반입해 관리 담당 임직원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추가 피해자를 최대한 확보해 확인한 뒤 이 이사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과 관련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A4용지 5매 분량의 해명자료를 내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해명자료에서 "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이 이사장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린다"면서도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어 해명한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우선 이 이사장이 그룹 내 직책이 없이 관여해 논란이 된 호텔 업무는 조 회장이 '컨설턴트' 자격으로 점검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호텔 직원 해고 의혹에 대해서는 "이 이사장이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과도한 서비스 요구 의혹도 '손님 입장'에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동목장 백조 밀수에 관해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쳤다"면서 "당초 제주민속촌에서 사육했으나 관광객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져 쾌적한 환경을 갖춘 제동목장으로 옮겨 사육했다"고 해명했다. 이 이사장이 백조 관리 직원을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담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다"면서 "계열사 임원들이 제동목장과 관련한 보고를 하지 않으며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해명자료 배포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항공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사내 갑질과 비리를 제보하는 공개 채팅방에서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부인하다니 곧 구속돼 경찰에서 해명하라" "반성은 못하고 억울하다니 양심이 없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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