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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무드에…금융권 `북한 관련사업` 가속도
입력 2018-05-07 17:35  | 수정 2018-05-07 19:39
금융권의 북한 관련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수년간 묵혀놨던 대북 사업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개성공단 사업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해 개성공단 진출 기업 지원을 위한 '보험제도'를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보험 보완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는 북한에 투자한 국내 기업의 사업이 사업과 관련 없는 사유로 인해 중단되면 손실 일부를 '남북협력기금(IKCF)'에서 보상하는 제도다. 남북경협보험은 2004년 처음 도입됐지만 2016년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유명무실해졌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 보험에 가입했던 기업들은 평균 자산의 90%를 보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세기업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니까 개성공단이 폐쇄되어도 정부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보험에 들지 않았다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연구원이 '남북경제협력 관련 보험제도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남북경협 사업인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해 경협·교역 보험에 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수은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알지 못하고 무작정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며 "이 같은 위험을 기업들에 알리고 보험 가입에 대해 검토한 뒤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은은 남북 문화교류사업이 중단 없이 이어지도록 협력 기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당분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남북한 체육행사, 이산가족 상봉, 6·15 공동 행사 지원 등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검토를 준비 중이다.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연구인력 2명의 신규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다른 국책은행들 역시 대북 관련 사업을 복원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기존 '통일금융준비위원회' 확대·개편을 논의 중이다. 기존 부행장급이 맡던 위원장직을 수석부행장으로 격상하고 관련 인원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개성공단 지점 설치도 다시 추진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04년에도 개성공단 지점 개설 의향서를 냈지만 탈락했다"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난다면 개성공단 지점 진출에도 재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감독원이 관리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125개며 이 가운데 과반인 64곳의 주거래은행이 기업은행이다.
KDB산업은행은 현재 KDB미래전략연구소 내 통일사업부를 중심으로 북한 경제 동향 및 통일비용 등의 정확한 추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북한 인프라스트럭처 및 경제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북한 인프라 개발을 위해 향후 10년간 최소 27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산업은행은 북한 경제를 통일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향후 10년간 최소 705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을 만큼 투자 규모가 큰 사업이다. 신한은행은 고성그린파워 석탄화력발전사업, 송산봉담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등 각종 인프라 금융사업의 경험을 살려 북한 내 인프라 사업에서의 역할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래전략연구소가 '남북경협 방향성 및 북한 금융경제 현황'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특히 철도, 항만, 도로, 통신 등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인프라 금융과 프로젝트 금융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주요 개발사업이나 건설사업에 금융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을 비롯한 금융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아울러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개성공단 지점 운영을 재개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NH농협은행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은행 업무를 재개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2006년 북한 금강산 관광지에 지점을 운영했으나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2009년 영업을 중단했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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