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자백한 사람만 봉? 발뺌하고 무사한 리베이트 영양(교)사들
입력 2018-05-07 16:50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식재료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학교 영양사·영양교사에게 최고 해고 등 징계에 처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아무런 징계도 받지않고 검찰의 수사대상에서도 벗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청 감사에서 본인의 수수 사실을 부인한 이들 중 수수의심 금액이 1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겐 검찰 고발 등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규정 때문이다.
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일 교육청이 식품제조업체의 불공정 거래 관행과 관련된 학교 영양사·영양교사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을 당시 270명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270명은 이번 교육청 감사 대상 560명 중 48.2%에 해당하는 수치다. 교육청은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58명에게 수수금액에 따라 중징계(해고·정직), 경징계(감봉), 경고, 주의 등을 요구하고, 85명에 대해서는 고발조치했다고 밝혔지만, 절반에 가까운 이들은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
이들이 징계와 수사의 대상에서 벗어난 이유는 본인의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한데다 수수의심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교육감 소속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 규정 제5조(고발의 기준)'은 100만원 이상 공금횡령 또는 금품·향응수수에 해당하는 경우 고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기만 하면 수사 권한이 없는 교육청 입장에선 이들에 대해 추가로 조사하거나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100만원 이상 수수의심자와 100만원 미만 수수의심자의 수수 인정비율은 큰 차이를 보였다. 100만원 이상 수수의심자 85명 중 인정한 사람은 53명으로 62%였지만, 100만원 미만 수수의심자 475명 중 수수를 인정한 이는 205명(43.2%)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수 사실을 인정한 영양사·영양교사들로부터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급식업체가 책을 선물하는 척하며 상품권을 끼워넣어 주거나, 식자재를 사고 돌려주는 캐시백 일부를 돌려받는데 그친 소극적 금품수수자들은 수수사실을 인정하고 징계를 받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금품수수를 한 일부 영양사·영양교사가 수수사실을 부인하고서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육청 감사가 가질수 밖에 없는 제도상 한계를 지적한다. 이번 급식 리베이트 감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2016년 상반기 사이 영양사·영양교사가 대형 식품업체 4곳으로부터 상품권을 받거나 캐시백 포인트를 적립받았다고 파악한 학교 560곳 명단을 교육부를 통해 교육청으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공정위가 당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급식업체에게만 과징금을 부여하고,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된 이들에 대해선 '누가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한 조사는 없이 교육부·교육청으로 조사를 넘겼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선 리베이트 전달 과정에서 급식업체 관계자 중 일부가 실질적으로 영양사·영양교사에는 제공하지 않은 금품을 제공했다고 허위로 서류를 작성하고 본인이 이를 가로챈 사례도 있어 실제 금품전달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교육청 입장에선 공정위가 넘겨준 자료만 가지고 조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며 "계좌를 들여다보거나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부인하면 이를 반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책임을 회피한 이들은 270명이지만 전국으로 확대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정위는 전국적으로 4571개교가 급식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봤다.
'감사'의 권한으로 인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은 교육청만의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이날 사학비리를 제보한 내부제보자의 정보를 교육부 사무관으로부터 넘겨받은 사학 관계자에 대해 "당사자들이 유출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어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의심되지만 조사 권한이 없는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벌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다만 이 사안과 관련, 교육부는 해당 정보를 넘긴 이 모 서기관을 직위해제하고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해당 서기관은 충청권 A대학 총장의 비리제보가 들어온 이후 A대학 교수에게 제보자 인적사항과 교육부 조치계획 등이 포함된 교육부 내부자료를 휴대전화로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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