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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철의 휴먼터치] 無승에도 “롯데 이기면 된다”는 텍사스 남자 레일리
입력 2018-05-07 10:32  | 수정 2018-05-07 10:37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는 벌써 4년째 롯데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올해는 아직 첫 승 신고가 늦어지고 있다. 그래도 레일리는 "괜찮다. 롯데가 이기면 된다"고 넘어갔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브룩스 레일리(30·롯데 자이언츠)는 전형적인 텍사스 남자다. 비시즌에는 연락을 끊고 한 달씩 사냥을 다니고, 그에겐 겁쟁이가 최고의 욕이다. 카우보이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미국 텍사스 남자들은 마초이미지가 강하다. 레일리는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출신으로 대학(텍사스 A&M대)까지 텍사스에서 나왔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텍사스 남자는 레일리가 4년 째 생활하고 있는 부산의 부산싸나이(부산사나이)와 비슷한 면이 많다. 부산 남자들도 성격이 급하고, 거친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레일리도 한국 4년 차인 올 시즌 마음고생이 심하다. 2015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를 밟은 레일리는 롯데의 에이스(2015년 11승-2016년 8승-2017년 13승)로 활약해왔다. 좌완이라는 가치에 독특한 투구폼에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아버리는 등 장점이 많은 투수가 바로 레일리였다. 하지만 KBO리그 20명의 외국인 투수 중 유일하게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투수다. 레일리는 지난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전까지 올 시즌 7차례 선발 등판해서 승리 없이 4패에 평균자책점 5.09만을 기록 중이다.
부진한 경기도 있었지만, 레일 리가 잘 던지고도 타선의 득점지원을 받지 못한 경기도 많았다. 레일리의 득점지원은 경기 당 1.43점이다. 지난 3일 KIA전도 그랬다. 7이닝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하고도, 패색이 짙었다. 그러다 1-3으로 뒤진 7회말 팀 타선이 3-3 동점을 만들어 패전은 면했고, 결국 9회말 정훈의 2타점 2루타로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그래도 하루 뒤인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레일리의 표정은 밝았다. 예전과 다르게 수염을 기른 레일리는 따른 이유는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것에 대해 팀이 이겼으니 됐다”며 내가 계속 마운드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잘 던지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게 돼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프로생활을 한 지도 10년째다. 야구에서 웬만한 건 다 겪어봤다. 승리가 아쉽지는 않다”며 우리 롯데가 개막 7연패를 당하는 등 초반에 좋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다. 순위도 최하위에서 많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15승19패로 6일 경기까지 7위로 올라온 상황이다.
올해는 지난 3년 동안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포수 강민호(32)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해, 나종덕(19)이나 김사훈(31)과 배터리를 맞추고 있다. 레일리의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은 변화도 예측할 수 없고, 레일리의 독특한 투구폼과 결합돼 포수들이 잡기 까다롭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도 포수들이 제대로 잡지 못하는 장면에 더러 나왔다. 그러나 레일리는 새로운 포수들과의 호흡에 대해 문제없다”며 활짝 웃었다. 레일리는 아무래도 경험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 포수들 수비가 나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들이 경험이 쌓이는 8~9월에는 더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겠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시즌 마수걸이 승리가 아쉬운 상황이다. 팀 동료들도 레일리의 첫 승을 챙겨주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긴 하다. 물론 레일리는 물론 내가 팀이 이길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 더 좋겠지만, 이제 분위기가 좋아진 만큼 내가 올라갈 때 타자들 덕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난해에도 레일리는 전반기 6승7패 평균자책점 4.67로 좋지 않다가, 후반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83으로 반등에 성공한 적이 있다. 레일리는 내가 잘 던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텍사스 남자, 아니 이제는 부산사나이에 더 가까운 레일리는 그렇게 묵묵히 공을 던지고, 몸을 풀며 다음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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