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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 경영분쟁 점입가경…現주인 대신 새 오너 공개모집
입력 2018-05-06 17:06  | 수정 2018-05-06 20:07
두 달째 거래정지 중인 코스닥 상장사 경남제약이 새 최대주주 유치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에서 비화된 갈등이 상장 폐지 위기에까지 이르자 현 경영진이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경남제약은 인수·합병(M&A) 공고를 게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1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경남제약은 지난 3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며 거래가 정지됐다. 과거 최대주주였던 이희철 전 회장(49)이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다. 현 경영진 측은 거래 재개와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경영 개선 계획을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새 최대주주 예정자와 신규 임원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 불식이 과제"라며 "이를 해소하고자 M&A 매각주간사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을 전격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최대주주(이지앤홀딩스·텔로미어)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새로운 최대주주를 공개 모집하고 나선 것이다.
레모나 등 비타민 제품으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경남제약은 이 전 회장과 회사(전문경영인)가 오랜 기간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이 전 회장은 2007년부터 2013년 1월까지 재직했다. 재임 중인 2008년 적자를 냈음에도 흑자로 분식회계 처리했다. 이로 인해 경남제약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법원에서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분식회계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까지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전 회장은 20.83% 지분(234만4146주)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되찾고자 했다. 그러자 경남제약 현 경영진이 소송전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9월 경남제약은 이 전 회장과 김성호 전 기획조정실장에게 분식회계로 회사에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며 160억원을 청구했다. 아울러 승소 시 채권금액을 보전하기 위해 50억원 규모 주식에 대한 가압류도 신청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압류를 결정했다. 그사이에 이 전 회장은 이사진을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막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지분 대결에서 밀려 이사진은 선임할 수 없었다. 경남제약 임직원이 나서서 의결권을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경남제약은 이 전 회장 등 3인에게 3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이들이 보수 한도를 초과한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소송이 제기되자 이 전 회장은 곧바로 지분 전량을 이지앤홀딩스와 텔로미어라는 회사에 250억원가량에 매각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 기업의 실체가 시장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어 매각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이 전 회장 측은 경영권 회복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인수 주체로 나선 이지앤홀딩스는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그 대신 컨설팅사 에버솔루션이 인수 주체로 합류했다.
이 전 회장은 1994년부터 태반제제 원료 공급 업체인 화성신약에 근무했고 대표 이사를 지냈다. 화성신약이 IMF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자 이 전 회장은 2003년 HS바이오팜을 창업해 화성신약을 인수했다. 이후 2007년 약 245억원에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1957년 설립된 경남제약은 여러 차례 최대주주 변경을 거쳐 당시 녹십자그룹 계열사로 있었다. 이 전 회장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 평가해 인수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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