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입지·브랜드·규모…`대박 오피스텔` 조건
입력 2018-05-04 15:49  | 수정 2018-05-04 19:19
올해 들어 주택 시장뿐 아니라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300실 이상 오피스텔은 기존의 줄세우기식 '깜깜이 청약'이 없어지고 인터넷 청약이 의무화돼 투명하게 청약 결과가 공개된다. 그동안 없던 전매제한도 생겼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의 오피스텔은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매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의 인기는 확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양극화'로 나타났다. 입지와 브랜드를 갖추지 못한 오피스텔은 수요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은 반면 역세권에 위치한 브랜드 있는 대규모 단지는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더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수원 호매실 동광뷰엘'(333실)의 청약 접수는 3건에 불과했고, 경남 진주시 '신진주역세권줌시티'(348실)도 2건을 접수하는 데 그쳤다. 강원 춘천시 '남춘천역코아루웰라움타워'(630실), 경기 파주시 '뚱발트랜스포머420'(414실)은 단 한 건도 접수하지 못했다.
그러나 입지 좋은 역세권 브랜드 단지는 달랐다. 피데스개발과 현대건설이 최근 공급한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 오피스텔(조감도)은 622실 모집에 총 6만5546건의 청약 신청이 들어왔다. 평균 경쟁률 105.3대1로 어지간한 서울 강남권 아파트보다 청약 경쟁률이 셌다. 최고 경쟁률은 1077.3대1에 달했다.
전용 84㎡ 기준 8억원이 넘고, 전용 49㎡가 3억~4억원대, 전용 59㎡는 4억~5억원대 가격이다. 싸지 않은 수준에도 주거가 가능한 소형 면적의 임대사업성, 4호선 범계역과 바로 붙어 있는 초역세권이라는 점 등이 수요자들의 마음을 산 것으로 보인다. 이 오피스텔은 전매제한도 없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역세권은 대부분 상업지라 아파트를 짓기가 어렵다"며 "법적 분류는 오피스텔이지만 실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거 공간 상품이어서 역세권에 좋은 상품성을 갖추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힐스테이트'라는 대기업 건설사 브랜드와 최고 43층에 달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성격의 건축도 한몫했다. 그동안 주택 공급 자체가 뜸했던 안양 평촌에 신규 공급된다는 효과도 작용해 시너지가 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화성시 '힐스테이트 동탄2차'(236실) 역시 최고 경쟁률 10대1로 준수한 성적을 보였고, 경기 수원시 '광교더샵레이크시티'(1805실)가 26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들 오피스텔은 모두 현대건설·포스코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가 시공에 나서 익숙한 브랜드를 붙였고, 동탄테크노밸리나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등 기업과 인접한 곳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용면적도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전용 50㎡ 이상으로 넣어 소형 트렌드에 맞추면서도 2~3인 가족이 실제 거주하기에 큰 무리가 없도록 설계했다.
향후 분양하는 오피스텔에서도 결국 이 같은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내 입지 유망 단지는 두 자릿수를 넘어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도 나올 정도로 '핫'하게 달아오를 것이고, 그러지 않은 곳은 '청약 제로' 사태가 빈번하게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피스텔 규제가 강화됐다고 해도 아파트에 비해선 적은 소액 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한 몇 안 되는 부동산 투자 상품인 데다 실거주로도 큰 무리가 없는 평면 구성과 설계로 임대가 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입지와 브랜드, 규모를 갖춘 '3박자' 오피스텔에는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오피스텔 거래량은 작년 평균 거래량(월 1만4808건)을 모두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나 여전히 관심 자체는 식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오피스텔 수익률도 여전히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매월 임대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형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다. 다만 역과 거리, 브랜드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경우 전매제한 등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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