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저임금 인상後] ③ 일자리 감소냐 생활 안정이냐…전문가들 해법은
입력 2018-05-04 15:29  | 수정 2018-05-04 16:20



전문가들 사이 최저임금 인상의 온기를 보다 멀리 퍼져나가게 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당장 외식 물가가 오르고 고용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내놓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을 놓고 더욱 더 평행선을 달린다.
최저임금 인상이 곧 고용쇼크?…인과관계는
지난 3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16.4%)이 어느 때보다 파격적으로 오르며 '고용 쇼크'를 야기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3월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사업체노동력조사, 고용보험 등의 분석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각 산업에 따라 고용량 변동이 있긴 하나 이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라기보다는 각 산업의 경제상황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예를 들어 지난 2월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을 받는 음식·숙박업에서 취업자수가 전년 동월 대비 2만명 감소하자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홍 선임연구위원은 "음식·숙박업은 2016년 7월 이후 취업자수가 감소 추세"라며 "고용 추세를 적절히 감안하지 않으면 음식숙박업의 고용 감소가 최저임금의 영향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오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 후 자영업자들 사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을 순 있지만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아직까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외식업종에서는 고용 감소 추세가 지난 1년간 유지돼왔으며 따라서 프랜차이즈 등이 포화상태에서 조정 국면에 고용 감소를 보이는 것이 꼭 최저임금만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주유소나 편의점 등에서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과 관련해선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 형태의 변형이라고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명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기획정책국장은 "주유소나 편의점, 버거업체 등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대부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동화 설비 기기로 대체되거나 보다 유용한 고용 조건의 형태로 대체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를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2018년 경영에 미치는 영향 [출처 =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부터 中企까지 감원·신규채용 감소 불가피 '아우성'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감소 간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해도 향후 '고용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주체인 고용주의 경영상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은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등 중기·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은 그야말로 한계 직전의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문제까지 겹쳐 중소기업은 신규 채용 등 고용을 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제조업은 원청에서 납품 단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더욱 더 경영이 어려워지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일 중소기업 16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곳은 73.9%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78.5%)이 제조업(70.2%)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매출액 규모별로는 영세할수록 경영이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추진 시 주된 대응 방법 [출처 = 중소기업중앙회]
'최저임금 1만원' 방안이 거론되면서 향후 고용 축소에 대한 우려를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시행될 경우 '인력감원'(24.3%), '신규채용 감소'(21.3%)를 하겠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98.4%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고용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그 지불주체인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주 입장에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기도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의 일환이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 1팀장은 "올해 16.4%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부분과 영세 중소기업에 후폭풍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일반음식점, 택시업 등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속도조절을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속도조절론은 노사 간 이견차가 큰 부분이기도 하다. 송 국장은 "전 산업에 대해 최저수준의 임금을 정하는 것이므로 최저임금을 산업 단위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올해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밝히고 있는 최저임금 기준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낮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뿐 아니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놓고도 노사 간 이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이 내달 말(6월 29일)로 임박하면서 올해도 법정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배윤경 기자 /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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