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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고맙고 미안하다는 함덕주 “매번 잘할 수는 없지만...”
입력 2018-05-04 05:50  | 수정 2018-05-04 17:56
함덕주는 3일 잠실 kt전에서 첫 패전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호투가 뒷받침됐기에 두산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함덕주(23·두산)는 시즌 처음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해 9월 5일 한화전 이후 241일 만이다. 함덕주의 첫 번째 패배는 두산의 열 번째 패배였다. 32경기 만에 10패를 기록한 두산은 SK가 삼성에 덜미를 잡히면서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함덕주는 3일 잠실 kt전에서 11회 1사 2루서 강판했다. 두산 불펜은 볼넷 2개로 상황을 악화시키더니 함덕주가 내보낸 주자가 홈을 밟게 만들었다. 함덕주는 자신의 실점과 첫 패전 과정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봤다. 1.93의 평균자책점도 2.25로 상승했다.
함덕주에게는 또 하나의 아쉬움이 큰 경기일 터다. 4월 25일 문학 SK전 같이. 그는 SK전에서 9회말 이재원에게 홈런을 맞으며 1점차 리드를 못 지켰다. 함덕주의 시즌 첫 블론세이브였다.
9회초 역전으로 분위기가 넘어온 상황이었다. 내 실투 하나 때문에 팀에 많이 미안했다. 너무 아쉬워 한동안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
그러면서 함덕주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매번 잘할 수는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내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공 하나하나 더 신중하게 던진다. (코칭스태프가)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기죽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그는 또 하나의 값진 경험을 쌓았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함덕주의 시즌 초반 행보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판타스틱이다. 프로 데뷔 이래 가장 출발이 좋다. 2015년 이후 매 시즌 4월까지 평균자책점이 5.73-9.00-3.33-2.08이다. 올해가 으뜸이다.
뒷문이 헐거워진 팀 사정상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함덕주는 임무도 더욱 막중해졌다. 그는 현재 두산 불펜의 에이스다. 이강철 수석코치는 함덕주가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특히, 정신적으로 매우 강해졌다”라고 했다.
함덕주도 초반 활약에 깜짝 놀라고 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성적이 좋다. 늘 출발이 안 좋았는데 올해는 가장 좋은 출발이다. 잘 준비한 것 같다. 초반 기복이 있었으나 지금은 밸런스도 잘 잡혀있다. 더 이상 투구할 때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내 공을 던진다는 느낌이다. 날씨가 풀리면 더 좋아질 것 같다.”
함덕주의 호투는 영상 분석 효과도 크다. 함덕주는 5선발을 맡았던 지난해부터 영상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기에 나간 날에는 잠들기 전 자신의 그날 투구 영상을 꼼꼼히 챙겨본다.
팀 전력 분석 외에도 영상을 자주 본다. 그날 (집에 가서)내가 어떻게 던졌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경기 전에는 내 공과 다른 투수 공에 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교한다. 그래야 내가 대응할 수 있다. 지난해 선발투수를 맡아 신경을 많이 썼다. 보직이 바뀐 뒤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오롯이 혼자 이뤄낸 성과는 아니다. 함덕주는 겸손했다. 내 성적은 다 형들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초반 운이 많이 따랐다. (박)건우형, (조)수행이형을 비롯해 야수 형들이 주요 상황마다 멋진 수비를 많이 해줬다. 그 덕분에 (줄 수 있던)3,4점을 주지 않았다. (양)의지형과 (박)세혁이형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서 자신감을 심어준다. 코칭스태프도 관리를 잘 해주신다. 내가 많이 미안할 정도다. 죄송해서 더 잘 막고 싶다.”
두산 함덕주는 데뷔 이래 가장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함덕주는 현재 두산의 마무리투수다. 김강률이 4월 24일 엔트리에 등록됐으나 함덕주에게 세이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함덕주는 8세이브로 팀 내 1위다. 그렇지만 고정된 자리는 아니다. ‘임시직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
(마무리투수가)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강률이형도 돌아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상황에 따라 나가는 것이다.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저 잘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 경기에 나갔을 때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잘하다 보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지 않겠는가.”
잘 던지는 함덕주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혹사 우려다. 함덕주는 3일 현재 17경기에 등판했다. 두산은 32경기를 치렀다. 50%가 넘는다. 박치국(20경기), 곽빈(19경기)보다 적은 호출이지만, 함덕주는 거의 긴박한 상황에 투입된다. 또한, 20이닝으로 박치국(18⅓이닝), 곽빈(17⅔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함덕주는 이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다. 관리를 해주신다. 맨투맨 관리다. 그리고 항상 먼저 물어보신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하라고 하신다. 휴식 여부도 미리 전달받기도 하다. 나를 비롯해 불펜 투수가 많은 경기를 뛰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선수는 없다. 팬이 걱정하는 부분은 잘 알지만 전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된다. 하루만 쉬어도 다 회복되는데 일주일간 쉰 적도 있다.”
함덕주는 3년간 성적이 롤러코스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그에게 매우 의미가 있다. 꾸준한 성적으로 믿음직한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두산은 올해 유난히 박빙의 승부가 많았다. 그만큼 함덕주가 필요한 상황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절대 3연투를 시키지 않았다. 2연투도 5번이다. 4월 3일 잠실 LG전 이후 다음 등판까지는 8일이 걸렸다. 4월 25일 문학 SK전 블론세이브 뒤 다음 등판 경기도 6일 후 잠실 kt전이었다. 오히려 몸이 근질근질한 함덕주를 자제시킬 정도다.
내가 더 경기를 나가고 싶다. 지금이 좋을 때라 기회가 생기면 뛰고 싶은 욕심이 든다. 밸런스가 좋을 때 한 번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다. 나 뿐 아니라 다들 그렇다. 오히려 이렇게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가 많이 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많이 신뢰한다는 뜻이다. ‘안 쓰고 싶었다는 감독님 발언(4월 26일)도 들었다. 내가 그날(4월 25일) 잘 던졌다면 여러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죄송할 따름이다. 앞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함덕주는 3년차였던 2015년 68경기에 나가 7승 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듬해 15경기 평균자책점 6.23으로 부진했다. 구속 저하 및 제구 난조를 보였다. 2017년 반등했지만 시즌 종료 후 참가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지친 기색도 역력했다. 아직까지는 롤러코스터다. 때문에 2018년이 함덕주에게는 매우 중요한 해다.
좋았던 해보다 그 다음해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 지난 3년은 그렇지 않았다. 1년만 반짝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잘해 든든하고 믿음직한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도 개인 기록 욕심은 없다. 시즌 막판도 아니다.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하다. 틈틈이 체크하는 기록은 평균자책점이다. 아무래도 점수를 주기 싫어서 그렇다. 결과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평균자책점도 좋아진다. 3점대 정도만 돼도 괜찮지 않을까.”
함덕주
1995년 1월 13일생
181cm 78kg
일산초-원주중-원주고-두산
2013년 두산 신인 5라운드 43순위 지명
2015년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2016년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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