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바 분식회계` 공개 논란…회사·주주들 소송 움직임
입력 2018-05-03 17:57  | 수정 2018-05-03 20:12
◆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금융감독원의 잠정 결론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조치 사전통지'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이 자체 감리 사안에 대해 사전통지 여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금감원이 감리위원회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조치 여부를 공개하며 주가가 폭락한 데 대해 회사나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3일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외부에 알려서 주가가 폭락했다"며 "사전통지는 반론권 보장을 위해 당사자에게만 하는 것인데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에 공개한 것은 명예훼손과 행정절차법, 복무규칙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일 출입기자들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 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조치 사전통지란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 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에 위반사실과 예정조치 등을 안내하는 절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실상 상장 전에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금감원이 내린 것으로 해석됐고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지난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7% 폭락했다. 거래량도 전 거래일의 10배에 달하는 등 투자자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만약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증시가 열린 뒤 회계법인과 회사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일부 사람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할 우려가 컸다"며 "따라서 장이 열리지 않는 날을 택해 언론에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비밀유지 의무조항이 있지만 과거 전례를 보면 통지를 받은 기업이나 회계법인 등에서 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사전통지서를 보낸 사실만 언론에 전했을 뿐 구체적 위반 사실은 통지서를 받은 당사자만 알고 있다"면서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법 위반에 해당되는지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일 오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계법인 등에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냈고 곧바로 언론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금감원은 회사 휴무일에 이메일로 통보해왔다"며 "기자들에게 연락을 받고서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즉각 대응이 늦어지면서 이튿날 주가 폭락을 막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 쪽으로 상장폐지 가능성 등을 묻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도 쇄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외국인은 삼성바이오 지분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국내 상장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이 바이오에피스의 코스닥 상장을 위해 회사 측과 접촉해 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늘릴 계획이던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이 정권 교체 이후 입장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여전하다. 금감원이 사전통지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 전 금융위와 긴밀히 협의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기준 위반 여부는 전문가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삼성바이오 건은 금감원의 자체 특별감리 결과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전문가들 의견이 많은 사건인 만큼 향후 이어질 감리위와 증선위 등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신헌철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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