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속·관계회사 모두 해석 가능…삼바 회계 문제없어"
입력 2018-05-03 17:54  | 수정 2018-05-03 19:47
◆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분식회계 논란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첨예한 논란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의 감리 결과에 따라 향후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겠다고 한 만큼 논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 같은 회계처리 변경으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를 벗어나 단숨에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 투자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투자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기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가격(공정가치)이 4조8000억원으로 평가됐고 이 가치가 고스란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장부에 반영됐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어느 한쪽이 맞고 다른 쪽은 틀린 상황이 아니라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 분식회계, 즉 회계상 오류가 되려면 반드시 '틀린' 부분이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정통한 회계사는 "2015년 회계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개발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그간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던 조인트벤처회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증자 참여로 돌아섰고 향후 콜옵션 행사 의지를 내비치면서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봐야 할지 관계회사로 봐야 할지 그 기준 판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대로 종속회사로 두고 취득가액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선반영하는 것도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며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면서도 반영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게 회계기준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행을 검토했던 한 글로벌 투자은행 회계사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지분을 많이 가졌다고 해당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때문에 이사회 구성 등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삼성이 이 회사의 '실질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이 바이오젠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단독으로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IFRS의 실질 지배력 정의에 따르면 "투자 수익률 향상을 위해 피투자자에 대한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지배권을 갖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바이오젠이 투자자로서 수익률 향상에 애써 달라는 요구를 삼성에 했다면 이 또한 지배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회계사는 "통상 신생 벤처회사에 지분투자할 때를 생각하면 종속회사·관계회사 양쪽 모두가 가능하다"며 "그건 정말 그때 당시 해석하기 나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령 대기업이 다양한 벤처회사에 지분투자할 때를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특정 회사를 갖겠다는 것보다는 처음에는 지분 이득이나 보다가 나중에 잘되는 회사가 있으면 그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식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중 감리위원회 일정을 잡고 본격적인 징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달 감리위는 오는 10일과 31일에 예정돼 있다. 삼성바이오 측이 2일에서야 조치사전통지서를 받았고 관련 사실 확인 및 입장을 조율해야 해 감리위는 31일에나 상정될 전망이다. 감리위에는 당일 논의를 통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사건 중요도와 복잡성을 감안하면 6월 감리위에 재차 회부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를 통해 징계가 최종 확정되는 시점은 일러도 6월 말이나 7월 초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는 3일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위반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과거와 단절을 시도 중인 금융감독원의 뼈아픈 노력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논평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도 "금융위도 조속히 상식적인 평가를 내리길 바란다"며 금융위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한예경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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