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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콜 1위 유강남의 미트질, 3점의 가치
입력 2018-05-03 15:45  | 수정 2018-05-03 22:22
LG 포수 유강남(왼쪽)은 지난해 추가콜 1위였다. 올해도 4월까지 22.8개로 가장 많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포수(捕手)는 영어 ‘캐처(Catcher)를 일본에서 번역한 단어다. ‘공을 받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래서 포수의 능력 중 가장 기본은 ‘공을 잘 받는 것이다.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은 포수가 아닌 일반 야수도 잘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판정이 애매한 존을 걸치는 공을 잡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듯한 공에 교묘하게 미트질을 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 현역 시절 SK 박경완이 이런 ‘미트질에 능한 포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반대로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공에 미트가 따라가 존을 통과한 공에 볼 판정을 받는 포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R&D 디렉터인 마이크 패스트는 구단 입사 전인 2011년 이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에 걸친 투구의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로 포수의 포구 능력을 계량화했다. 이른바 ‘프레이밍이다.
이런 능력이 좋은 포수가 홈 플레이트 뒤에 있으면 투수에겐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절대적인 넓이보다도 존 가장자리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면 타자와의 승부에서 매우 유리해진다. 메이저리그에서 프레이밍 능력이 최고 수준인 포수는 한 시즌 소속 팀에 2~3승을 추가해 줄 수 있다. 패스트 이후 프레이밍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구단들은 이 능력이 좋은 포수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야구 콘텐츠 생산그룹 야구공작소 회원 박기태씨는 국내 구장에 설치된 투구궤적추적시스템을 이용해 올해 KBO리그 포수들의 ‘프레이밍 능력을 구했다.
스트라이크존 정면을 가로세로 1인치 사각형으로 나눈 뒤 구획 별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확률을 구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스트라이크를 계산했다. 가령 스트라이크 확률 90% 구역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면 +0.1, 70% 구역이라면 추가한 +0.3을 부여한다. 볼 판정이 나왔다면 각각 –0.9, -0.7이 된다. 추가한 스트라이크와 추가한 볼을 더하면 추가콜(Call)이라는 지표를 만들 수 있다. 추가콜이 많은 포수일수록 투수와 팀에 도움을 준 좋은 포수다.
이 방법에 따라 시즌 개막 이후 4월까지 전체 포수들의 추가콜을 구했다. 순위가 가장 높았던 포수는 LG 유강남이었다. 유강남이 추가한 스트라이크는 84.2개, 추가한 볼은 61.4개였다. 추가콜은 22.8개로 10개 구단 포수 23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스트라이크가 볼로 바뀔 때, 반대로 볼이 스트라이크로 바뀔 때의 득점 가치는 0.133점으로 계산된다. 이를 적용하면 유강남의 추가콜 22.8개는 대략 3점의 가치를 가진다. 유강남은 지난해에도 추가콜 107.4개로 전체 1위였다. 107.4개는 14,3점으로 계산된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공식에서 10점은 대략 1승으로 계산된다. 즉, 지난해 유강남은 미트질만으로 LG에 1.4승을 더해 준 포수였다.
2위는 한화 최재훈이 차지했다. 절대 수치로는 2위지만 포구 기회를 2000회로 통일해 조정한 추가콜에서는 29.1개로 전체 1위였다. 3위는 두산 양의지(11.2개), 4위는 삼성 이지영(5.8개), 5위는 두산 박세혁(4,4개)이었다.
추가콜에서 가장 성적이 나빴던 포수는 넥센 박동원(-23.4개)이었다. SK 이재원(-21.3개), KIA 김민식(-11.6ro), 넥센 김재현(-9.5개), 롯데 나종덕(-8.4개)도 하위 5순위 안에 들었다.
구단 별로는 LG가 추가콜 24.2개로 1위를 차지했다. 한화가 근소한 차이로 2위(24.2개)에 올랐다. 두산(8.2개), 삼성(6.9개), KT(6.6개)가 그 뒤를 이었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한 롯데는 올해 포수 수비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 포수들은 추가 콜 –17.6개로 전체 7위였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최악 수준은 아니다. 물론, ‘미트질이 포수 수비의 전부는 아니다.
NC(-12.3개), KIA(-18.1개), SK(-20.6개)가 롯데와 함께 추가콜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구단이었다. 가장 문제가 있는 팀은 넥센(-29.8개)이었다. LG와 한화 포수들은 프레이밍 능력만으로 4월까지 팀에 0.3승을 더해줬다. 반면 넥센은 –0.4승이다. 추가콜은 누적되는 기록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LG는 플러스 1.8승, 넥센은 –2.4승이 된다. 차이인 4.2승은 144경기 페넌트레이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박기태씨는 지난해 유강남의 WAR에 프레이밍 득점을 반영하면 4.02가 된다. 넥센 서건창(3.75), 롯데 이대호(3.71)보다 높다.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가 중심 타자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추가콜 기록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투수의 능력이다. 제구가 좋고 존 경계선을 잘 활용하는 투수가 있다면 추가콜 판정에서 포수가 이득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산 유희관과 같은 경우다. KBO리그에서는 송진우, 메이저리그에서는 톰 글래빈과 같은 왼손 투수들은 바깥쪽 존이 다른 투수들보다 훨씬 넓었다고 알려져 있다.
심판의 오심도 중요한 변수다. 스트라이크 판정 10% 구간에서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다면 심판이 잘못 봤다는 얘기다. 하지만 추가 스트라이크는 무려 0.9개로 계산된다. 이런 극단적인 수치는 보정이 필요하다. 또 볼카운트에 따라 심판의 존은 좁아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한다.
투구궤적 추적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있다. 입체인 스트라이크존의 단면으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백도어성 공이나 떨어지는 공은 실제 판정과 다른 결과가 찍힐 수도 있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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