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격 대신 성능" 조선업계, 선박에 친환경 기술 적용 박차
입력 2018-05-03 14:27 

조선업계가 친환경 기술을 적용, 선박 성능을 높이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워 저가 수주 경쟁에 나선 중국 조선업계를 따돌리기 위해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것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스위스 MSC로부터 수주한 2만3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공기윤활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공기윤활시스템은 선체 바닥에서 공기를 분사해 선박 표면과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시키는 기술이다. 물과 선체 사이의 마찰저항을 줄여 연비를 4% 가량 높일 수 있다고 삼성중공업 측은 설명했다. 주로 소형선박에 적용되던 공기윤활시스템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연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센터장은 "공기윤활시스템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연료절감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며 "적용 비용은 선가에 추가 반영되므로 선가인상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미포조선도 지난 2월 액화천연가스(LNG)와 벙커C유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적용한 5만t급 벌크선을 일신로지스틱스에 인도한 바 있다. LNG는 최근 친환경 선박 추진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선박 추진 연료로 사용되던 벙커C유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값싼 중질유다. 이를 내연기관의 연료로 사용하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많이 함유된 배기가스를 내뿜어 대기를 오염시키게 된다. 이에 국제해사기구는 오는 2020년부터 선박 배기가스의 황산화물 비중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도록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개발한 LNG 화물창 솔리더스와 포스코와 함께 개발한 LNG 연료탱크 맥티브를 적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끓는점이 -162도인 LNG는 운송 과정에서 자연기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이를 선박 추진 연료로 사용하고, 그 이상으로 기화되는 가스는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낸다. 이전까지는 하루에 기화되는 비율을 낮추는 한계가 0.07%로 받아들여졌지만, 대우조선의 솔리더스는 이를 0.05%까지 낮췄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을 활용해 만드는 맥티브 연료탱크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공간을 최적화할 수 있으며 제작 비용은 기존 장비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만 아직까지 대우조선은 솔리더스와 맥티브를 적용하는 선박을 수주하지는 못했다. 발주처가 새로운 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다. 이에 국내 선사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맥티브 연료탱크의 경우 이를 함께 개발한 포스코가 광석운반선을 발주하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솔리더스 화물창도 국내 선사가 발주한 선박에 먼저 적용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처럼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중국 조선업계와의 차별화가 절실한 데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벌크선분야에서부터 경험을 쌓은 중국 조선업계는 최근 고부가가치 일감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저가를 내세워 한국 조선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다.
후동중화조선과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은 지난해 프랑스 선사인 CMA-CGM이 발주한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의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일감을 따냈다. 오일메이저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가 발주한 아프리카 또르뚜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수주전에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뛰어들었지만,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 테크닙과 손잡은 코스코에 일감을 내줬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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