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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2조 잡아라` 은행권, 서울시 금고 유치전 본격화
입력 2018-05-02 11:11 

연간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은행을 잡기 위한 시중은행간 유치전이 본격화 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서울시가 103년 만에 처음으로 2개의 시금고를 두기로 하면서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은 1·2금고에 동시 지원했고,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2금고에만 도전장을 내밀었다. 1금고는 일반·특별회계 관리를, 2금고는 기금관리를 도맡는다. 서울시 금고는 지난 1915년 조선경성은행(현 우리은행) 시절부터 우리은행이 맡아 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9~2022년 4년간 자금을 관리할 시금고 2곳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올초 결정했다.
서울시 금고를 운영하는 은행은 각종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기금관리, 유휴자금 관리, 유가증권 출납·보관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까지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 현재 서울시 아래 25개 구청을 포함한 서울시 산하 전 기관에는 대부분 우리은행 지점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이번에 시금고로 지정되면 전 구청에 영업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서울시에 최고 수준의 금고시스템 구축과 우수한 금고전문인력 등의 장점을 집중 부각시켜 수성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략은 언급할 수 없으나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금고 유치전에 3번째로 뛰어든 신한은행은 6개월 전부터 금고 유치를 위한 TF팀을 통해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초 조직개편에서도 개인그룹 아래 있던 '기관영업부문'을 '기관그룹'으로 확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행장 자리도 새로 만들면서 기관영업 강화에 나섰다.
기관영업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대형 병원, 대학교 등의 자산을 수탁하는 업무를 말하는 것으로, 서울시 금고는 기관영업 대상 가운데서도 '대어'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기관 영업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허인 행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초 허인 국민은행장은 "서울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복수입찰이 가능할 경우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하나은행은 47년간 한 번의 사고도 없었던 보안 기술력을 최대 장점으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시금고는 금융 및 전산분야 민간 전문가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 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업무관리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등 총 5개 분야, 18개 항목을 평가한다.
현재 전산망과 금고관리 능력(25점) 등에서 우리은행이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지만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안정성, 고객 편의성 등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접수한 각 은행들의 제안서를 심의한 뒤 이달 중으로 금고 업무취급 약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시 금고를 맡게 되면 실질적인 수익성과 함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올라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 입찰에서는 수성해야 하는 우리은행과 빼앗아야 하는 신한, 국민은행 등의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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