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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의 홈런 여정, 공포심과 치열한 투쟁 과정
입력 2018-04-27 05:50 
SK 최정은 26일 문학 두산전에서 12·13호 홈런을 터뜨렸다. 특히, 7회 공에 맞을 뻔 한 그는 공포심을 이겨내고 홈런을 날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SK 3루수 최정의 트레이드 마크는 두 개다. 홈런, 그리고 사구.
최정은 26일 문학 두산전에서 홈런 두 개를 때려내며 홈런 더비 단독 선두로 나섰다. 시즌 13홈런으로 동료 제이미 로맥(11개)을 두 개 차로 따돌렸다. 이 경기에서 사구는 없었다. 하지만 위험한 부위에 공을 맞을 뻔 했다.
SK가 4-0으로 앞선 7회말 1사에서 두산 세 번째 투수 김정후가 던진 초구 속구가 최정의 머리 부근으로 날아갔다. 최정은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가까스로 공을 피했다.
베테랑 타자들도 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타격은 공에 대한 두려움과 투쟁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플레이다. 두려움이 앞서면 자기 스윙을 할 수 없다. 투쟁심이 너무 강하면 부상을 당한다. 최정은 균형을 잡았다. 볼카운트 1-1에서 최정은 김정후의 3구째를 잡아당겨 110m짜리 경기 두 번째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최정은 프로 14번째 시즌에 이미 KBO리그 통산 사구 1위(207개)에 올라 있다.
2위 박석민(175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이 부문 통산 기록은 은퇴한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갖고 있다. 기요하라는 23시즌을 뛰며 196번 공을 몸에 맞았다. 최정보다 11개 적다.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9세기에 데뷔했던 휴이 제닝스의 287개가 최다 기록이다. 20세기 선수론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명 2루수였던 크레이그 비지오가 285개로 1위다. 현역 선수로는 LA 다저스의 체이스 어틀리가 200개를 기록했다. 그러니까 최정은 지금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공을 몸에 맞은 현역 선수다.

최정은 왜 자주 공에 얻어맞을까. 현역 시절 그를 상대했던 투수는 투수 입장에선 몸쪽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타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정은 몸쪽 공보다는 바깥쪽 공을 더 잘 치는 타자다. 지난해 9등분한 스트라이크존에서 최정이 가장 높은 장타율을 기록했던 코스는 높은 바깥쪽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중간 바깥쪽, 낮은 가운데, 낮은 바깥쪽이었다. 그리고 최정은 파워히터다. 강점이 있는 곳에 공을 던지다간 장타를 얻어맞는다.
투수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몸쪽보다는 바깥쪽 공을 선호한다. 인코스는 제구가 어렵다. 몸쪽으로 공을 던지다간 타자를 몸에 맞힐 수 있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발동된다. 야구에서 투수가 고의로 타자 몸을 맞히는 건 보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그리고 사구로 타자를 출루시키면 투수와 수비 팀에게도 손해다. 하지만 최정 같은 파워 히터는 몸쪽으로 승부를 하는 게 오히려 계산으로는 이득이다. 홈런을 맞는 것보다는 한 베이스를 주는 게 낫다. 그래서 이 투수는 최정과 같은 스타일이라면 선배 투수들이 ‘맞힐 각오를 하고 던져라는 말을 하곤 한다”고 했다. 포인트는 ‘맞히라가 아니라 ‘승부에서 이겨라이다.
최정은 지난해 개인 통산 최다인 46홈런을 때려냈다.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40홈런을 돌파했다. 그가 홈런을 때려낼수록 투수들은 더 몸쪽을 노릴 것이다. 2016년 최정은 몸쪽 공에도 높은 장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해 사구는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많은 23개였다.
최정은 개인 통산 300홈런까지 16개를 남겨두고 있다. 이승엽의 통산 467홈런이 그의 목표일 것이다. 그의 홈런 여정은 인코스를 두고 투수들, 그리고 공포심과 치열하게 투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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