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움츠렸던 대기업 M&A 닻 올렸다
입력 2018-04-26 17:34  | 수정 2018-04-26 19:31
LG가 1조원대 오스트리아 조명업체 ZKW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기업이 '조 단위'를 들여 기업을 인수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 '사업 재편'에 주력해야 하는 시기다. 좀처럼 대규모 딜에 나서지 않았던 LG그룹의 이번 M&A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LG뿐만 아니라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올해 굵직굵직한 딜이 임박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지주사 LG와 LG전자는 각각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ZKW를 11억유로(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LG는 전체 투자금액의 30%인 3억3000만유로를, LG전자는 나머지 70%인 7억7000만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1938년 설립된 ZKW는 헤드램프 등 차량용 조명을 생산하고 있으며 BMW·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세계적인 조명업체다. LG그룹이 1조원이 넘는 M&A를 성사시킨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ZKW 인수로 LG가 미래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및 자율주행 사업 분야의 성장동력을 조기에 추가 확보하고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 간 거래(B2B) 사업구조를 더욱 탄탄히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LG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 성장성이 큰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번 딜에 나섰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ZKW 인수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그룹 내 전장사업 가속화와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며 "전장부품 부문에 ZKW 실적이 본격적으로 포함될 2019년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은 보안업체 ADT캡스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ADT캡스는 에스원에 이어 국내 2위 보안업체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2조원대 후반에서 인수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체의 보안업체 인수가 의아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신성장동력 확보와 깊이 관련돼 있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의 포화로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존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보안사업을 추가하면 SK텔레콤은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ADT캡스는 다른 보안업체들보다 서비스 가격이 20~30%가량 비싸지만 타 업체들에 비해 보안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법 개정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국내 대기업들은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이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행법을 충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내놔야 하는 매물들이 있다. 지난해 지주사를 출범시킨 롯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표적이다. 중간지주사 격인 롯데지주를 설립한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내년 말까지 매각해야 한다. 지난해 말 장부가액과 시가총액,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손자회사의 국내 자회사 소유 제한에 의해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 지분 42%를 처리해야 한다. 현재 시가총액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현행법에 의해 현대삼호중공업은 42%를 전부 매각하거나 나머지 58%를 시장에서 사들여야 하는데 두 가지 방안 모두 현실 가능성이 희박해 제3의 방안을 정해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매각작업이 정체돼 있는 하이투자증권도 이른 시일 내에 처분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금성 자산을 두둑하게 마련해놔야 한다. 이런 까닭에 삼성그룹은 26일 한화종합화학 지분 24%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각으로 삼성물산은 9000억원가량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계열사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초 보유 CJ헬스케어 지분 100%를 한국콜마 컨소시엄에 1조3100억원에 매각했으며 조이렌터카를 PEF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도 했다. CJ E&M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CJ오쇼핑은 올해 CJ헬로 지분 54%를 매각해 투자 재원으로 쓸 것으로 보인다.
[한우람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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