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내 펀드 굴리는 펀드매니저 이력 못본다
입력 2018-04-26 17:33  | 수정 2018-04-26 19:27
앞으로는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펀드매니저의 과거 이력을 비교·조회해 볼 방법이 없게 됐다. 금융투자협회가 홈페이지에서 공시해오던 펀드매니저 종합공시서비스를 돌연 축소했기 때문이다.
금투협은 지난 20일부터 펀드매니저가 현재 근무하는 운용사와 3년 이내 운용 정보만을 공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생년, 총경력, 현 소속사 근무기간, 이직 내역, 현재 운용 중인 펀드 현황(책임매니저 여부, 보수, 수익률 등), 과거 운용했던 펀드 현황 등을 상세히 공시해왔다. 금투협은 2010년부터 홈페이지 '펀드매니저 종합공시서비스(dis.kofia.or.kr)'를 통해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 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왔다.
펀드매니저의 잦은 이직 등으로 펀드 운용 성과가 떨어지고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펀드매니저의 평균 경력, 근무기간, 매니저 변경 횟수, 과거 운용 경력 등을 상세히 비교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금투협이 8년 만에 갑작스레 펀드매니저 공시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투자자에게는 당장 피해가 예상된다. 투자자로서는 펀드매니저가 과거에도 운용 경력이 좋았는지, 아니면 지금 시장이 좋아서 반짝 수익률이 좋아 보이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수익률만 보고 깜깜이 투자를 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펀드매니저 수는 655명으로 이들이 굴리는 공모펀드 순자산만 240조원에 달한다. 펀드매니저 1인당 평균 운용 자산이 4000억원에 육박하지만 이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에 이력 정보 등을 과도하게 제공해 온 측면이 있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정보 공개 범위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상 해당 정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법적 자문을 받은 뒤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투협은 2010년부터 자본시장연구원의 펀드매니저 공시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펀드매니저 종합공시서비스를 개설해 운용해왔다. 펀드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펀드매니저의 장기 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펀드 수익률이 안 좋은데도 슬그머니 직장을 옮겨왔던 펀드매니저나 펀드 운용보다는 이름값으로 회사를 옮겨 다니던 '철새 펀드매니저'의 널뛰기에 제동을 건다는 이유도 컸다.
하지만 이번 정보 공개 축소 조치로 펀드 투자자로서는 투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경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자산운용사가 분기별로 내놓는 펀드 운용보고서를 일일이 들여다봐야 하지만 이마저도 과거에 운용했던 펀드와 운용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펀드매니저 정보가 자세히 전달되는 게 투자자가 펀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펀드 가입 단계에서 투자 설명서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 정보가 내실 있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회가 갑작스럽게 펀드매니저 정보 제공을 축소하자 증권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와 펀드평가사에서 펀드 판매와 펀드 분석을 위해 해당 정보를 쏠쏠하게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의 이력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펀드 판매에 활용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시스템 변경으로 제약이 생겼다"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한다는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투협의 공시 정보 축소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펀드매니저 정보를 투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로 간주하고 간이 투자설명서 등에 지금보다 더 상세한 내용이 담기도록 할 방침이었지만 협회가 이를 역행하는 꼴이 됐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생년월일도 있고 경력 연수가 있어서 개인정보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뺀 것으로 확인했다"며 "금융당국은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투자설명 서식을 개편할 때 지금보다 더 자세히 기재하고 설명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대한 보완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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