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0년전 도심 이주민 정착…2000명이 거주하는 서울 마지막 판자촌
입력 2018-04-26 17:14  | 수정 2018-04-26 21:26
해법 못찾는 구룡마을 (上) / 구룡마을은 어떤 곳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서초구 염곡동에 걸쳐 있는 구룡산 앞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1980년대부터 도심 개발에 밀려 오갈 데 없는 사람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지금의 무허가 판자촌이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현재 2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자신이 보유한 토지에 살고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나머지 거주민은 불법으로 토지를 점유하고 있거나, 다른 불법 거주민의 추가 정착을 막기 위해 직접 거주하면서 토지주를 대신해 토지를 관리하는 경우다. 토지주에게 정식으로 임차료를 내면서 거주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구룡마을은 모두 사유지다. 필지는 118개지만 공유지분이 있어 전체 소유자는 총 192명이다. 토지 용도는 자연녹지다. 건폐율 20%, 용적률 10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개발구역 지정만 아니라면 토지주가 아파트는 어렵겠지만 전원주택을 건립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2008년까지 토지주가 아무런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불법 점유자들 때문이다. 원래 이곳은 비닐하우스 촌이었다. 토지주는 농부들에게 땅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았다. 그런데 농부들이 토지주 몰래 이주민에게 점용료를 받고 비닐하우스를 지을 공간을 빌려줬다. 나중에 농부들은 더 이상 구룡마을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떠나갔지만, 그들의 용인하에 거주하던 이주민은 그대로 남았다.

토지주가 자신의 땅에 불법 점유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이후였다. 이후 그들은 강남구청에 진정서를 내고 불법 점유자들을 내쫓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후 소유자 측과 거주자 측 사이에서 몇 차례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쉽게 해결이 안 되자 토지주는 거주민과 대치하는 대신, 협력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2008년 민영개발 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하겠다며 강남구청에 도시개발구역지정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다. 거주민의 100% 재정착을 보장해주는 대신 토지주가 개발 차익을 확보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마련한 개발계획안 수립 제안서를 강남구청이 연거푸 거부하면서 결국 2014년 8월 도시개발구역이 해제됐다. 예산 절감을 위해 토지주에게 보상비 대신 토지개발권을 부여하는 '일부 환지 방식'은 특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당시 강남구청의 거절 이유였다.
2014년 11월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해 1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전 보상을 통해 모든 토지를 수용한 뒤 개발하는 '100% 수용·사용' 방식이었다.
2016년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수정가결되고 2017년 1월 사업시행자 지정고시가 났다. 현재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장기화하면서 실시 인가가 늦어지고 있다.
[용환진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