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턱밑까지…경기 집값 14개월만에 하락
입력 2018-04-26 17:08  | 수정 2018-04-26 23:37
올 들어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동탄2 아파트단지 전경. [매경DB]
경기도 아파트값이 14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수도권인 경기도에까지 미치면서 서울 집값도 곧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8개월 만에 일제히 마이너스로 동반 하락했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넷째주 경기도 아파트값은 0.01% 하락했다. 지난해 2월 첫째주 이후 14개월 만이다.
경기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이제 서울과 세종, 대구, 광주, 제주를 제외한 모든 시도별 지방자치단체 집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집값의 '마지막 보루'인 서울도 이번주 0.03% 오르는 데 그쳐 지난주(0.05%)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이제 단기적으로는 서울 집값 하락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견인해왔던 강남 4구가 무너진 게 컸다. 지난주 서초구(0.00%)를 제외하고 강남·송파·강동의 매매가격 변동률이 하락한 데 이어 이번주에는 4개 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모두 전주 대비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강남 4구 아파트 가격은 전체적으로 0.05% 하락했다. 인천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지난주 -0.01%에서 이번주 -0.02%로 하락 폭을 키웠다.
경기도 집값이 하락한 원인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입주 물량이 먼저 거론된다. 올해에만 경기도에서 16만159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경기도 입주 물량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8년도 전국 입주 물량(43만6530가구)의 37%를 차지한다. 실제로 입주가 많은 화성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4월 둘째주 0.02% 하락으로 전환된 후 3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그간 집값이 떨어지면 전셋값은 오르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런 공식이 깨진 셈이다. 매매가격은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최근 하락세로 전환했다 해도 버틸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전셋값은 지난해 큰 변동이 없다가 올해 들어 입주 물량 폭탄이 터지는 곳을 중심으로 '억대 폭락'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만가구에 가까운 '헬리오시티' 입주가 다가오면서 송파구 전셋값이 올해 들어 4개월 만에 2.51%나 빠졌고,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재건축 막바지에 다다른 아파트 단지가 많은 서초구 역시 전셋값이 2.28% 하락했다.
경기 남부권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평택은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1.29%, 전셋값 -6.12%로 '더블 악재'를 겪고 있다.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시도 올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은 0.31% 올랐지만, 전셋값은 3.43%나 떨어졌다. 입주 물량이 많은 안성과 오산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경기도에서 분양이 예정된 가구 수는 7만2000여 가구로 작년(12만가구)에 비해 확 줄었지만 여전히 많다. 인천·부산·대구·광주·울산·대전 등 6대 광역시 물량을 모두 합쳐도 경기도 물량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결국 공급과잉 속에서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전셋값마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갭투자'를 한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던져 집값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재건축이 몰려 있는 강남 4구가 정부 정책과 급등 피로감에 하락 반전하며 단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조정될 수 있다"면서도 "최근 청약시장 활황에서 보듯이 아직도 서울 지역, 특히 강남의 대기수요는 굳건하고 공급은 되레 줄고 있어 중단기적으로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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