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남북 정상회담 때 시위라니" 대한항공 노조, 27일 집회 앞두고 `시끌`
입력 2018-04-26 16:12 

'물컵 갑질'로 시작된 대한항공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대한항공 노동조합 3곳이 오는 27일 집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특정 노조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직원들 역시 참석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노동조합·조종사노동조합·조종사새노동조합이 오는 27일 합동으로 열기로 한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직원 촉구대회'에 조종사새노조가 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집회는 대한항공 사상 처음으로 3개 노조가 모두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노조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새노조는 조종사노조에서 탈퇴한 조종사들이 중심이 돼 지난 2013년 만들어진 노조다.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집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게 조종사새노조의 설명이다.

우선, 집회 날짜가 문제가 됐다. 집회 예정 시간은 오는 27일 오후 12시10분부터 12시50분까지로, 김포국제공항 대한항공 본사 인근에서 열린다. 하지만 이날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고,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향하지 않는 직원들의 집회 참석 여부가 사측에 고스란히 노출된단 지적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건물 밖으로 나갈 경우 아이디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집회 참석을 위해 건물 밖을 나간 직원들에 대한 사측의 색출이 가능하단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집회 전 노조의 요구사항도 문제가 됐다. 노조는 집회에 앞서 오너 갑질 재발방지 서면 약속을 비롯해 2017년 임금협상 해결을 내세웠지만,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리에서 임금협상 문제를 꺼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단 것이다.
총수 일가의 비리를 제보하기 위한 카카오톡 단체창인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하 제보방)'에서도 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임금 인상과 연계할 경우 사측과의 협상으로 총수 일가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때 집회를 열면 반국민적 정서를 일으킬 수 있단 주장도 있다.
제보방에서는 "총수 일가 퇴진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의 뜻과 (이번 집회는) 다르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있는 날은 무슨 짓을 해도 이슈가 안 된다. 어용노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앞서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역시 "대한항공 노조는 위원장을 직선제가 아닌 3선 간선제로 뽑는다. 직원 개개인의 의견이 발현되기 힘들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보방에서는 릴레이 방식으로 참석 거부 의사를 밝히는 운동이 진행 중이며, 3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집회 계획 철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대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일단 집회를 추진한단 입장이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회의를 통해 대응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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