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남북정상회담 D-1]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여부 촉각…낙관론 vs 신중론
입력 2018-04-26 09:04 

대북(對北) 리스크는 국내 증시의 고질병 중 하나다. 북한의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에 우리 증시는 반세기가 넘도록 출렁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오는 27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한국 증시를 발목 잡아왔던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증권가에서는 남북 해빙무드와 함께 국내 증시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본질이 북한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어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 대비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주된 요인으로는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상황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코스피 지수는 변동성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며 시장에 등을 돌리곤 했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단적인 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8.7배 수준으로 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MSCI 신흥시장(EM) 지수 대비 27.3%, 선진시장(DM) 지수보다는 43.5% 할인된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의 주식이 외국 기업들의 주식 대비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종전(終戰) 협정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긍정적인 지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리스크 지표가 우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종전 논의'는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나왔던 가장 긍정적인 단어"라면서 "남북정삼회담을 계기로 국내 주식시장 할인요인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일부에 불과해 단기 호재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외 다른 요인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1·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에도 주식시장의 추세가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바뀌지는 않았다. 2000년 6월 1차 정상회담 당시는 글로벌 IT 버블의 붕괴에 따른 약세기였고, 2007년 10월은 중국 투자 붐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였다. 주식시장은 심리적 요인보다 그 당시의 경제 환경에 따라 움직였다는 뜻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기업 지배구조와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 변동성 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번 정상회담 이벤트가 국내 증시에 의미있는 변곡점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치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GCA)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순위는 아시아 11개국 가운데 8위에 불과하다. 또 한국은 제조업,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들 가운데 헝가리, 중국과 함께 이익 추정치 신뢰도 면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사실 글로벌 매크로 모멘텀 역시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확장국면에 있으나 유로존의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난달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해 미 10년물 국채금리 또한 3%를 돌파해, 2월 조정장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무역전쟁 역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아직까지 해당 이슈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 결과를 보이고 그 결과가 북미대화까지 이어진다면 전체적 시장관은 강세쪽으로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벤트 소멸에 따른 모멘텀 공백이 주식시장의 경계 수위를 다시 높일 수 있고, 다시 상승이 재개되는 채권수익률을 조합해서 볼 때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저항은 강화될 소지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